1. 요리하는 남자!
반갑습니다 리뷰파파 리파입니다. 앞서 리틀 포레스트 만화를 전체적으로 보았다면, 이번에는 저를 멈칫하게 했던 장면들을 통해 이 만화가 가진 철학적인 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제가 이 만화의 작가가 여성이라고 왜 오해를 했을까 깨달았습니다. 역시 편견같은 거였습니다. 요리는 여자가 한다는 구태적 사고방식. 반성하겠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점에서 저는 요리를 잘하시는 남성 분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껏해야 라면 끓이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그럭저럭 전기밥솥이 있으니 밥은 좀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물은 맞출 줄 아는 거죠)
친구 중에 가족들에게 중화요리를 척척하는 녀석에게 배워도 보았지만, 성격 탓일까요? 정확한 물의 양, 양념 얼마, 불은 중불인지 약불인지.. 레시피에 모두 적은 걸 보면서 하다 보니 타이밍은 안 맞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짬뽕과 짜장면을 배워서 몇번해보았는데, 부엌은 난장판에 식구들의 반응은 처절하게 싸늘했답니다. 결국 중화일미를 꿈꾸던 의욕마저 싸늘히 식어버려 여전히 "일요일은 내가 요리사~"가 가능한 짜파게티만 맛나게 조리할 줄 압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작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 씨는 저보다 실제로 본 편에 나온 요리 대부분을 하실 줄 아신답니다. 대단하신 거죠. 그래서 이 책에는 때때로 아주 친절한 요리 설명도 순번을 먹여 두기도 하셨습니다. 요리하는 남자. 저도 되고 싶네요!!.
2. 사는 건 무엇을 먹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표현하려던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각 챕터는 음식 이름이라기 보다는 재료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도시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시골이 아니면 조금 손이 많이 가는 것들, 가공식품으로 나오기 힘든 것들
대량화되지 않은 작은 시골이 아니면 다루기 힘든 재료들과 음식, 그것이 바로 리틀 포레스트라는 이름 속에 녹아 있는 의미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코모리'라는 지역성을 무척 강조합니다. (영화는 그저 시골일 뿐이지만) 1편의 첫 에피소드인 '수유나무'에서 상세한 설명도 해 놓았죠.
여기서 수유나무라고 하지만, 제가 볼때는 아무래도 '보리수 열매'같은데.... 암튼 이 만화에 나오는 재료 중에는 전혀 낯선 것도 있지만, 제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만화를 다 읽고 보니, 코모리가 어디인지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같이 물류가 좋아지기 이전의 시절에는 어디에 사느냐가 무엇을 먹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죠. 지금도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그곳을 대표합니다. 실제로 만화 속 음식에는 '눈'과 영향이 있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토후쿠 지방이 어딘지 한국인이 알 리 없잖습니까?
자, 바로 여기가 코모리입니다. 검색을 해보면 훗카이도라고 하는데 그 바로 아래인 아오모리현의 북동쪽에 있는 정말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홋카이도가 섬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연강설량이 1m가 넘으며, 그 중 아오모리는 5m가 넘는답니다. 여기에 만약 산간 지방이면 10m가 넘는 곳도 드물지 않다고 하니 만화 속에 나온 정보로 코모리를 추적하기 쉽진 않았지만, 여기다! 싶더군요.
의외로 바다랑도 그리 멀진 않아 보였는데, 만화 속 재료에는 민물고기 외에는 바다생물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강을 끼고 있고, 직선거리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굉장히 큰 '오가와라 호'라는 호수가 있었습니다.
일단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는 것이 만화 속의 여러 요소들과 일치 했습니다. 작가는 이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여러 음식들을 선 보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서로 협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들도 있으며,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면서도 그다지 밍숭밍숭한 음식들도 나옵니다. 결국 먹기 위해 그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먹게 된 음식은 또 얼마나 애정어린 것이겠습니까? 주인공 이치코는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기에 다시 코모리로 돌아왔다고 자신에게 말합니다. 그게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런 점은 조금 불친절하면서도 공간을 열어둡니다. 마치 이 만화에서 여백을 잘 활용하듯,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죠. 무엇을 우린 마주하지 못할까? 그리고 우린 지금 어디에 있으며,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그런게 있긴 한 것인지..
3. 스스로 죽는 법을 선택해야 한다.
제가 이 만화에서 몇 번이고 읽었던 대사이며, 가장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친구 '유우타'의 이 대사였습니다. 영화 속 류준열이 맞았던 역과 달리 '유우타' 역시 '이치코'처럼 도시 생활을 하다가 낙향을 하였습니다.
곤들매기라는 생선을 적나라하게 잡는 장면을 보여주며 툭~ 내 뱆는 대사.
타인에게 죽여 달라고 하고는
죽이는 법에 불평하는
그런 인생을 보내기가 싫어졌어
이 만화 속의 두 친구는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보다 훨씬 강하며 주체적입니다. 또 다른 친구인 '키코' 역시 서스름 없이 이치코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죠. 그러면서도 다음날 또 음식하나를 들고 와서는 서로 사과하고 사이좋게 나눠 먹습니다.
유우타의 대사는 길러진 후 요리되기 위해 죽는 곤들매기와 저 자신의 차이가 무엇이지? 라는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깨우침. 그러면서도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자신.
그리고 또하나, "여길 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코모리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도 존경할 수 있게 됐어"
4. 누구의 인생도 함부러 말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저는 제 자신의 부모님은 물론, 그 많은 인생의 선배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해란 단순히 머리로 하는 게 아닌 온몸으로 체험적인 이해죠.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직장을 끝까지 다닌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누군가의 모욕을 참아낸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비굴함과 정의로움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코모리를 나가고 나서야 비로서 코모리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도 존경할 수 있게 되었어.
누군가의 인생을 우린 쉽게 말합니다. 때로는 아주 함부로 이야기하죠. 아닌가요? 정말 아닌가요? 저는 당신의 대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 저 자신, 그리고 만나지는 않았으나 어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항상 그러했습니다.
그건 결코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는 인간은 독특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합니다. 이건 유전적인 반응이며, 그래서 2차 세계 대전을 위해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평화'가 아니라 누구랑 누가 바람이 났고, 서로 싸웠다는 흔히 말해 뒷담화를 더 많이 나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우타와 같은 경험을 하고나면 우린 조금 달라집니다. 여전히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하겠지만, 그런 자신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인간은 유전자로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룬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사람은 경험해보기 전에는 온전한 이해를 하기 어려운 거 같습니다. 아니, 심지어 그 경험을 통해 배웠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안다고 말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삶이라는 큰 영역 속에는 말이죠.
저 역시, 살아갈수록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힘드셨는지 더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5. 옹고지신
옛 것을 배워서 새것을 안다는 고사성어죠. 이 만화는 우리들의 선조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살아가던 시절의 지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농사를 짓고, 그것을 먹는 것은 그런 경험들의 축적으로 이루어낸 것이죠.
그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들이 아닙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발전한 것이죠. 물론 실수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도전했죠. 오늘날 한국의 여러 음식들, 약초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어떻게 이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죽순에도 독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저는 몰랐습니다. 언젠가 처음으로 죽순을 캐어서 물에 한참 담아 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급한 마음에 이쯤이면 되었겠지 하고 볶아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 못 가 혀 끝이 쎄~ 하더라고요.
이 척박한 한반도는 70%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우리의 선조들은 먹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독초를 먹고 탈이 나거나 죽은 이들도 있겠지요. 삶아도 보고, 구워도 보고, 발효도 시켜보고... 그렇게 먹을 수 없던 것들을 하나씩 먹거리로 만들어 간 것이죠.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그 자연인을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가끔 도망치기도 하고, 가끔은 맞서 싸우기도 하는 우리 안의 본능.
그래서 이 만화는 보고 있을 때는 좀 지루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 보고 나면 뭔가 뭉클한 어떤 것이 꿈틀거립니다. 뭔가 지쳤을 때 꺼내어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책이랄까. 너무 뭔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뭔가를 톡 건드리는 게 있습니다.
뜬금없는 전개도 있지만, 어차피 이 만화는 스토리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날 아무런 말도 없이 이유도 없이 사라진 이치코의 엄마처럼. 처음엔 너무 황당하다 싶을 만큼 느껴졌지만, 이 만화는 그녀가 떠난 이유보다, 오히려 딸인 이치코에게 남겨준 요리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 같습니다.
저 역시 이 만화를 통해 왜 남들은 그렇게 쉽게 키우던 방울토마토가 키우는 족족 실패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토마토가 엄청 강하지만, 물에 약하다는 사실!!!!!.
좋은 책입니다. 정말 한번 추천드리며, 또 어쩌다 한번 더 보아도 될 만큼 무겁지 않고, 또 그렇게 가볍지도 않은 작은 숲 같은 만화입니다. 오늘 저녁은 뭘 드실 건가요? 리뷰파파 리파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보에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
* 이 블로그에 쓰인 사진 자료는 책의 일부를 찍어둔 것을 직접 편집하여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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