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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01. 그림에 담긴 요리의 진심 (원작 만화)

리뷰파파 리파 2024. 10. 17. 17:45

1. 영화로 먼저 알게 된,

한국에 '리틀 포레스트'가 알려진 것은 아마도 김태리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일 것입니다. 2018년에 나온 이 영화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번아웃이 온 주인공 혜원 (김태리 역)이 고향으로 내려와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귀촌 영화로 도시녀가 시골에서 겪는 좌충우돌을 떠올릴 법도 하지만, 그녀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의 요리 실력으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아~ 주 잘 살아가는, 요리를 통한 힐링 영화라고 부르는 게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출처 : 예고편 중 한장면

 

영화는 무려 임순례 감독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름을 알렸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상업적 성공 덕에 여러 대중에게 꽤나 이름을 알린 여자 감독님이십니다. 특유의 부드러운 시선도 있지만 파워풀한 느낌도 가지고 계시죠 (덩치가... ^-^)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혜원과 고향을 아직 떠나지 않은 은숙(진기주 역), 재하(류준열 역) 우정도 보여주지만 이건 거의 만두 요리에 간장 정도이며 대부분은 혜원이 밥 해 먹고사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요리법을 알려준 엄마(문소리 역)를 자주 떠올리죠.

 

 

평점은 굉장히 좋지만, 사실 재미는 그다지 없습니다. 간이 좀 덜 된 음식을 먹는 맛이랄까? 그냥 힐링이 된다라고 평가들은 하지만, 좀 밍숭 하다고 할까. 케이블 TV 등을 통해 두, 서너 번을 보았지만, 역시 그리 기억에 남는 별다른 에피소드도 없습니다.

 

그저 철마다 자연 속에서 직접 농사지으며 해 먹는 요리, 고향에 남은 아이와 떠났던 아이들 사이에서 다수의 도시인들에게 조금 쉬어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무엇보다 원작의 제목인 '리틀 포레스트'를 그대로 따왔지만, 그 이유와 내용의 개연성은 좀 떨어져,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었죠. 

 

당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주목을 받던 '김태리' 배우의 차기작에 가까웠고, 또 임순례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이 홍보의 포인트였죠. 그리고 조금씩 이름을 알리던 '진기주', '류준열'이 각각 고향 친구로 나옵니다. 이젠 모두 스타의 반열에 올랐죠?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인 '휴식', '힐링', '고향'이란 단어와는 잘 어울립니다만 제 스타일은 아니랄까.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머리를 식힐 겸 도서관 열람실에서 '보노보노' 만화가 모여있는 자리를 스~윽 보다가 두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바로 영화의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 1,2권'이었죠. 영화까지 만들어졌다면 만화가 인기가 있었다는 결론인데... 그 심심한 영화의 원작은 어떤 거였을까? 그리하여 보게 되었습니다.

 

2. 요리에 진심, 그러나 영화와는 다른 포인트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만화 역시 정말 요리에 진심입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원작의 핵심이 되는 요소를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겠더군요. 그러나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인물들을 언급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주요 인물은 3명이죠. 주인공인 이치코, 그리고 키코(여자친구), 유우타(남자친구). 영화 속의 김태리, 진기주, 류준열이다. 비중은 영화보다 훨씬 적습니다. 한 편으로 농사와 관련된 것은 영화보다 더 비중 있게 나옵니다.

 

출처 : 책 장면 중에서

 

동명의 영화, 그리 재미있진 않았지만, 새삼 원작을 우연히 발견하였고, 훑어 읽듯이 보다가 어느새 반 이상 읽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마저 2권까지 빌려 모두 읽는 데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단 요리를 주제로 하기에 빠르게 넘길 부분이 많았고, 일본 요리인지라, 호기심이 덜했습니다. 그림은 제법 잘 그렸지만 또, 뭔가 산만한 느낌도 있습니다.. 반면 섬세하고, 잘 표현된 느낌도 주면서 투박함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수채화 풍으로 채색된 컬러링은 보기 좋습니다.)

 

세심하지만 투박함. 이야기는 뭐랄까.. 단순 일기 같으면서 커다란 줄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전개는 그리 친절하진 않게 전개됩니다. 영화처럼 이치코의 도시생활에서 만화는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주인공이 타향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보게 되는 겁니다.

 

출처 : 책 내용중 일부

 

물론 위의 장면과 같이 단편적으로 자조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혹은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큰 방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오히려 굉장히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주지만, 만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속의 설정과 닮았으면서도 상당히 다르다고 했었죠?. 요리에 집중했다는 것 이외에도 이 만화는 농사를 짓고, 재료를 거두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항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실제 사진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 상당히 강합니다. 실제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에피소드 마지막의 사진과 몇가지 해설

 

한 편으로는 리얼리즘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 만화가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마치 독자 투고라거나, 짧게 기획된 어떤 이야기 같은 인상이 자꾸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왠지 장점이면서도 단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가지 단점을 말한다면 이건 작품에 대한 부분이라기보다는 한국판 책의 제본 상태가 엉망이라는 겁니다. 너무 좌우 연결된 중간 부위가 말려있어 제대로 그림을 볼 수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대사 역시 제대로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점은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중간에 보이시죠? 환장합니다. ㅎㅎ

 

그래도 술술 읽힙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의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원작은 '힐링'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현실 도피와 그 속에 서 맞이하는 새로운 현실.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고, 돌아보며 아주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힐링이란 단어 역시 사실은 '치유'로 번역되지만, 그저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서 충전의 느낌이 '힐링'에게 서 느껴진다면, 치유는 실제 상처가 나아지는 느낌을 저는 받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것은 흉터지요.

 

흉터라는 것은 부정적 느낌이 강하지만, 때때로 영광의 상처라는 말처럼 한 세월의 투쟁의 역사가 몸에 남아 있음으로 인해 기억될 수 있죠. 그게 트라우마가 될지, 영광이 될지는 몸과 영혼 두 가지 요소에서 결정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전 영화에서 느낄 수 없던 어떤 마음의 움직임, 즉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다만 2권이라는 점 역시 무척 다행이라고 해두겠습니다. 만약 이 책이 더 길었다면 그러한 부분을 캐치하기엔 좀 지루한 맛도 있습니다.

 

3. 펜의 터치감이 살아있는 스케치 같은 그림

이 만화의 작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투박한 느낌이면서도 아주 세세한 묘사들이 눈에 띈다고 할까.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가 작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스크린 톤의 사용도 최소한으로 하였습니다. 거의 펜 터치로 명암과 질감을 묘사했으며 초반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뒤로 갈수록 조금씩 스크린 톤을 볼 수가 있습니다만 결코 그림 실력만으로는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나름의 독창성도 있어 보이죠.

터치감이 있는 그림입니다. 그냥 보면 산만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섬세하죠.

 

가장 놀랬던 부분은 작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69년생 남자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제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정만화 톤은 아니지만 묘하게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영향인지도 모릅니다).

 

에피소드에 마지막은, 항상 동물이나, 식물, 혹은 농사기구와 같은 사물을 배경 없이 그려두고 설명을 달아 둡니다. 그리고 그것이 꼭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하진 않습니다.

 

마치 우연히 풀숲이나 창고에서 문득 뭔가 발견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전반적으로 심심한 이야기 전개이기에 이런 장면을 통해 확실한 결말을 인식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없어서 더더욱 느껴지는 건 역시나 참 잘 그린 그림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동물, 농기구등의 세밀한 묘사, 잘 그린 스케치 같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감성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저는 이 원작을 보고서야 왜 '리틀 포레스트'가 제목이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숲에 비하면 이 이야기의 배경은 아주 작은 숲입니다. 그리고 자연 속에 홀로 서 있는 우리들 자신도 또 하나의 작은 숲이죠. 숲이라는 이미지는 '도시'에 대비되며 휴식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은 치열한 생태계 그 자체입니다. 사냥이나 채집에 실패하면 그날은 굶어야 하죠.

 

모든 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 속에서 친구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됩니다. 때로는 친구라고 생각하던 키우던 가축을 자기 손으로 잡아먹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큰 맥락에서 이 만화는 영화와 다르지 않지만, 전개 방식의 차이, 요리를 하기 위한 과정 역시 가볍지 않게 다룹니다.

 

그리고 한번씩 던지는 대사와 장면에서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 냅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책 자체는 추천드립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2권짜리이며, 슥슥 넘어갑니다. 그러다가도 한 번씩 그림을 뚫어져라 보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보에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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