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누군가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리에의 아들 유토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성을 또 바꿔야 하나요?" 그는 이미 이혼 전 아빠의 성을 쓰다가, 이혼 후에는 엄마의 성인 타케모토, 그리고 엄마의 재혼 후 타니구치를 성을 바꿨습니다. 그런 아들의 정체성 혼란에 리에는 차분하게 아빠의 성이 '타니구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알아보는 중이니, 그 이후에 생각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키도 앞으로 옆서 한 장이 날아들죠. 여자의 가슴에 각각 '타니구치'와 '소네자키'라는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누가 보낸 것이며, 소네자키는 또 누구일까?
사형수들이 그린 그림 전시회에 키도는 '미스즈'를 초대합니다. 다이스케의 옛 애인이죠. 그리고 그녀는 가짜 SNS를 만들어 다이스케인척 행세를 하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일종의 유인책.
동료 변호사는 그녀가 미인이라며, 너무 공개적인 데이트는 피하라고 하죠.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미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키도는 그곳에서 예전 X가 그린 그림과 유사한 그림을 발견합니다.
그림을 그린 사형수는 '코바야시 켄기치', 바로 X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2003년 이미 사형이 집행되어 죽은 사람. 나이 역시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뻘 정도. 그렇다면 혹시 아들이지 않을까? 그렇게 '하라 마코토'라는 존재를 알아냅니다.
'하라 마코토', 아버지가 아닌 엄마의 성을 따라 이름을 짓고 고아원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프로복서로 일한 기록도 발견되죠. 뭔가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브로코를 찾는 키도. 그는 엽서는 잘 받았다고 인사를 하죠. 그리고 묻습니다. '소네자키'는 누구냐고. 비웃는 브로커.
내가 오미우리 노리오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그는 키도에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웃으며, 이젠 '조센징'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문신사는 남에게 문신을 하기 전 자신의 몸에 먼저 연습을 한다는 말을 합니다. 즉 자신도 사실은 오미우리 노리오가 아니란 것이죠.
6. 나를 만드는 것은 나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브로커는 니가 찾는 놈은 그저 별 볼 일 없는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이야기하죠. 즉 그가 사람을 정의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방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입니다.
그런데, 우린 어떤가요? 그 사람으로 그를 평가하나요? 아니면 손쉽게 그의 배경으로 모든 것을 판단 내리나요? 점점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실체를 드러내는 대목이죠.
'마코토', 마치 유타가 가졌던 자신의 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처럼 그의 성은 빼버리겠습니다. X의 정체. 그렇습니다. 그는 살인자의 아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를 부르며 같이 놀자고 찾아갔는데,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아빠가 나타나 용돈을 쥐어주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버립니다. 그리고 열린 문을 통해 죽은 친구와 그의 엄마, 아빠를 목격하게 되죠.
살해동기는 '도박 빚', 키도의 장인이 말한 자이니치는 파친코나 한다는 말이 연상되는 부분이죠. 그렇습니다. 자이니치인 그의 아버지는 결국 그런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릅니다.
마코토는 그런 자신이 싫었습니다. 더구나 너무나 아버지와 닮은 모습. 권투에 재능을 보였던 마코토는 아얘 이름을 바꾸고 싶어 했죠. 그리고 그가 알바를 하던 식당의 여직원 '아카네'는 그에게 '오가타 쇼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죠.
쇼리, '승리'라는 뜻입니다.
복싱장을 방문한 키도, 그곳의 관장과 동료로부터 그는 운동신경이 좋았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오던 편지를 거부했었다고 하죠.
남다른 운동감각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마코토는 , 아니 '오가토 쇼리'는 계속 승리하여 드디어 신인왕 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환청을 듣게 되죠
넌 역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거야!
어릴 때 체포되던 아빠에 대한 기억, 그는 관장에서 자신의 과거를 모두 말하며 신인왕전을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관장은 권투를 하는 모두가 그토록 꿈꾸는 일이라며 우습게 보지 마라 하죠. 살인자는 너의 아버지지 네가 아니라고.
그가 권투를 한 이유는 스스로를 때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죠. 너무나 아버지와 닮은 얼굴 때문에 거울조차 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관장은 그렇게 맞고 싶으면 자신이 때려주겠다며 두들겨 패죠.
관장도, 동료도 그의 강함을 인정하였고,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알바 동료 아카네와 잠자리를 가지려다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찢어지는 소음을 듣는 마코토, 그런 그를 안아주려는 아카네를 밀어내고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되고, 유해를 받으라는 당국의 연락에 거부의사를 밝히며, 다시는 이일로 전화하지 말라고 하죠.
아침 조깅 중 쓰려진 마코토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바닥을 뒹굽니다. 그리고 그 직후, 빌딩 위에서 떨어지게 되죠. 운 좋게 옆 건물 지붕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자살이 아닌 어지럼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했답니다.
관장은 그 일로 충격을 받아 한동안 괴로워했었고, 친구 역시 마코토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죠.
7. 이방인
외국인은 떠나라!!
뉴스를 통해 집회를 보고 있는 키도, 마치 뉴스 속 메시지처럼 격하게 놀고 있는 아들 쇼타. 그러다 결국 컵을 쓰러트려 서류를 적시게 되죠. 처음으로 화를 내는 키도의 모습에 우는 아들을 안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는 아내.
아내는 키도가 사람 찾는 일에 너무 빠져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키도 자신도 왜 이 일에 이토록 신경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미안하다 말하죠.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사오리는 엉뚱한 이야기를 합니다.
혹시 나한테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꺼진 TV 화면 속에 흐릿하게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는 키도. 영화 속에서 우린 키도란 인물이 재일교포로서 차별받는 어떤 것도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는 제법 괜찮은 집안의 일본 여자와 결혼했으며, 성공적인 변호사며, 약자를 위해 나서주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린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이방인'의 삶을 산 키도를 목격하게 되죠. 그가 겪었을 일들, 극복해야 했던 일들, 그런 속에서 자신을 정체성을 버리고 그 사회에 스며들어야 했던 것을 느끼게 됩니다.
8. 누군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X, 아니 '마코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키노는 이것을 '리에'와 다이스케의 형인 '코우치'에게 알려줍니다. 결국은 살인자의 아들이라며 무시하는 그에게 키도는 화를 냅니다. 그는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고! 이제 한 가지 숙제가 남았습니다.
바로 진짜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행방
미스즈는 키도의 SNS를 보고 있습니다. 호감일까요? 아니면 궁금함? 아무튼 알 수 없는 그 순간 SNS를 통해 경고 문자가 날아오죠. 바로 '소네자키'라는 인물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타인을 사칭하는 SNS에 대한 경고였죠.
그렇습니다. 마코토는 2번이나 신분 세탁을 한 것이었죠. 처음에는 '소네자키'로, 그리고 그것을 '타니구치'와 맞바꾼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엽서를 통해 전달된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지게 된 것이죠.
미즈미와 키노는 소네자키, 아니 '타니구치 다이스케'를 만나로 나고야로 가게 되고, 어느 카페에서 그를 만나게 됩니다. 그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미스즈. 그리고 창 문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키도는 혼자 돌아갑니다.
키도는 '하라 마코토'라는 인물에 대한 보고서를 리에에게 전달하죠.
아마 그에게 당신과 보낸 3년 9개월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 겁니다.
리에는 그가 누군지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토도 그 보고서를 읽게 되죠. 유토는 왜 그토록 아빠가 다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빠는 아마도 그의 아빠에게 원한 걸 자신에게 해준 것인지 모른다고.
리에는 딸인 하나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유토는 언젠가 자신이 알려줄 거라고 말하죠. 항상 죽은 아빠를 그리워하던 아이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돌아가다가 아빠나무 앞에선 키도, 그는 그곳에서 마코토의 환영을 보고,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키도, 잠시 화장실에 간 아내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아들 쇼타, 그리고 낯선 문자. 모두 예상하셨을 겁니다. 그렇죠. 아내 사오리의 그 생뚱맞은 질문들은 본인 스스로에게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아내의 외도를 알았지만, 침묵하는 키도.
9. 당신은 누구인 것을 어떻게 증명하죠? 누구처럼 생겨서?
사실 이 대사는 브로커였던 '오미우라'가 내뱆은 대사입니다. 자신이 오미우라 노리오라는 것을 어떻게 당신은 믿으며, 어떻게 증명하느냐는 질문, 그리고 내가 오무우라 노리오처럼 생겨서?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우리 속에 만연한 편견들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꼬집죠.
관찰력이 좋은 분이셨다면, 이 영화의 구성이 수미상관의 구조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은 놓치지 않으셨을까 생각되네요. 무척 미장센에 있어 인상적이 시작이었음에도 말이죠.
그래서 이 영화는 두 번 볼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확한 답을 내릴 수가 없죠. 이제 마지막 장면입니다. 키노는 어떤 사람과 바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나무는 살아서 50년, 집이 되어 50년을 살죠
그래서 스스로 심은 나무는 자기가 못 베죠.
부모가 심고, 아이가 베는 것이죠
초면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상대방은 명함을 나누지만, 키노는 그저 자신을 '타니구치'라고 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타니구치' 과거로 스스로를 소개하죠.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다니구치 다이스케'로 신분을 바꾸고 리에와 살았던 그 '타니구치'로 말이죠.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키도, 그림 속의 뒤통수만 보이는 남자는 또 다른 뒷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모든 것은 술집에서의 대화였죠.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요?
우리가 보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일까요? 마코토였던 다이스케? 아니면 키도였던 다이스케? 한 남자이지만, 우린 그 속에서 여러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과연 우리를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란 존재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통해서 일까요?
이 영화는 자이니치에 대한 편견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고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그에 대해서 다 알지도 못한 채. 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모습들이 존재합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던져주는 영화죠.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나는'이란 대사로 끝나죠. 수많은 가능성들, 무엇으로 우린 저 남자를 판단한 수 있을까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결말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남자'에 대한 저의 심층 분석을 모두 마쳤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보에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
'영화 보기 (+ ME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야괴담회 시즌4 16화 리뷰 1. 펜션의 여자 2. 관계자외 출입금지 (2) | 2024.10.29 |
---|---|
심야괴담회 시즌4 15화 Review MZ 특집! 3. 틈새 (3) | 2024.10.27 |
심야괴담회 시즌4 15화 Review MZ 특집! 1,2 편 (4) | 2024.10.26 |
한 남자 후기 01. X 라는 인물, 방정식인가? 금기인가? (스포 有) (5) | 2024.10.26 |
한 남자 후기 00. 한 남자의 숨겨진 삶에 숨겨진 민족이 역사 (4)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