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에 대한 심층 분석의 순서군요. 이 영화는 그 어떤 것보다 줄거리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걸 받쳐주는 영상과 음악으로 전체적인 나무 한그루에서 온전히 바라볼 수 있죠.
앞서 일반 후기를 적을 때 제목에서 단순히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족'의 이야기라고 했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모두 다 보고도 왜 그런지에 대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전체적인 맥락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체성에 대한 것이 모든 사건이 작은 씨앗이 되었던 것이죠. 이제 그게 뭔지부터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자이니치 (특별 영주자)
이 영화의 스토리는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던 남자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 큰 줄기 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힌트가 되는 만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오미우라 노리노'라는 신분세탁 브로커입니다.
그는 주인공 키도와의 만남에서 처음에는 '자이니치'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남부터는 '조센징'이라고 부르죠. 아~! 하실 겁니다. 자이니치의 의미는 소제목과 같이 의미이며, 한자로 표현하면 재일(在日)입니다. 사실상 재일조선인을 줄여서 그냥 '자이니치'라고 부르죠.
이쯤 되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한 궁금함이 생기지 않으시나요? 아~! 그보다 원작이 있는 영화인 만큼, 그 원작자에 대해서 먼저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히라노 게이치로' 1975년생인 원작자는 교토대 법학부 출신으로 비추어 나름 똑똑한 인물입니다. 1998년 '일식'이란 작품으로 데뷔를 했으며, 이 한 남자는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꽤 오랫동안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 사람이 제일교포 2세 라거나 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감독 '이시카와 케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이 영화를 통해 46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8관왕을 차지했다는 정도.
2006년 '박치기'라는 영화가 있었죠. 얼핏 고등학생 패거리들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 대상이 '조선고'라는 점, 감독인 '이즈츠 카즈유키'가 재일교포 2세라는 점에서 뭔가 차별점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박치기는 일본 학생들이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박치기를 잘했다고 하네요~.
영화를 보았음에도 기억나는 바가 없습니다. ㅠ.,ㅠ) 하지만 분명한 건 재미있으며, 그렇다고 한일전과 같은 뭔가 민족의 피 끓는 그런 색깔이 진하지도 않습니다. 배경 지식을 빼고 보면 그냥 일본의 청소년 물 같은 느낌이죠.
그러나 '한 남자'의 태생은 재일교포와 무관해 보입니다. 또한 영화 속의 전반적인 스토리도 재일교포 사회의 차별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죠. 바로 이 차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입니다.
2. 'X'라는 인물이 그린 뭉개진 그림
X, 타니구치 다이스케(이후 다이스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인물, 그는 다케모토 리에(이후 리에)라는 문방구 점원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 그림 속에는 리에의 아들 '유토'가 노는 장면도 있었죠.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빠르게 연인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첫 키스로 자신의 마음을 먼저 밝혔던 리에, 그녀를 바라보는 다이스케도 점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다가 문득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발작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며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둘은 결혼하여 둘 사이에는 '하나'라는 딸까지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토' 역시 다이스케를 친아빠처럼 잘 따르죠. 그러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1년 후 치러진 제사에 초대된 다이스케의 형 '다니구치 교우치', 여태껏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리에에게 연신 괜찮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동생이 자신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했을 거라고 걱정을 하죠. 그러나 제단 위에 놓인 사진 속의 인물이 다이스케가 아니라고 합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이죠.
리에는 혹시 성형수술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래전 도움을 받은 (아무래도 그녀의 이혼소송) '키도'에게 연락을 취해, 생명보험상의 문제가 없는지와 유전자 검사를 부탁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에게 'X'라는 이름을 임시로 붙이기로 합니다.
여기서 X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정식의 미지수 X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무엇인가를 부정할 때 사용되는 X의 이중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그 의미가 후자에 가까웠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키도는 X가 그렸던 스케치북에서 특이한 그림 하나를 발견합니다. 아주 작은 얼굴그림인데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게 그려둔 것이었죠. 약간 뭉개진 느낌이랄까. 마치 X표시를 해 둔 것처럼 뭔가를 부정하는 그림
3. 알 수 없는 키워드, 픽션 속에 숨겨진 논픽션
키도의 평범한 가정, 그에게는 '쇼타'라는 어린 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오리'라는 이쁜 아내도 있죠. 그런데 이때부터 생뚱맞은 키워드들이 영화 속에서 조금씩 등장합니다. 먼저 그녀의 아내는 남편 키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 정말 일 때문에 출장 다녀온 것 맞아?
웃어넘기는 키도, "비행기표 보여줘?" 뭔가 복선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렇죠~!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뭐 이 정도면 알아들으실 거라 믿고, 다음 키워드, 바로 '자이니치'와 '파친코'입니다.
사오리의 아버지, 그러니까 키도의 장인은 이번에 키도가 맡았던 한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서 자이니치들은 파친코나 하면서 인생을 낭비한다고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안 나오지만, 한 남자가 자살을 했는데, 이것이 과로사였다는 것을 키도가 밝혀서 재판에 승리를 하게 되죠. 그리고 그들의 부모는 키도에게 무척 감사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한 가지 더, 장인은 더 좋은 주택을 딸과 사위에게 선물하려고 하죠. 그러나 키도는 지금도 충분하지 않지 않냐고 오히려 반문하죠. 그리고 이 영화는 계속 우울하고, 무거우며 차분한 피아노 음악을 BGM으로 깔아 둡니다.
다이스케의 형인 교우치가 운영하는 온천에 방문한 키도, 그는 동생의 행방을 찾았던 정보를 전달하죠. 오사카에 '다이스케'가 살았다는 사실. 그렇게 '미즈미'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미즈미', 그녀는 다이스케의 옛 애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냥 사라져 버렸다고 말하죠. 이 와중에 또 하나의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다이스케는 북한에 납치된 게 아닐까?'
이즈음 DNA검사 결과 확실히 X는 다이스케가 아닌 것이 밝혀집니다. 리에는 그가 누구였는지 궁금해하죠. 이 과정에서 상표갈이를 해서 팔았던 와인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던 중 동료변호사가 한 사건을 기억해 내죠. 2013년 55세였던 사람이 65세로 나이를 속여 연금을 받았던 사건.
4. 사기꾼과 자이니치는 같다!
사기로 감옥에 복역인 브로커, 대뜸 보자마자 키도에게 '잘 생겼다'는 칭찬을 하죠. 그러나 자신은 못생겼기에 '성격'도 좋지 않다 말하며 대뜸 키도에게 자이니치냐고 묻습니다.
부정하지 않는 키도, 그리고 그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만, 브로커는 3백 살을 사는 인간이 이 감옥에 살았고, 이미 출소를 했다는 생뚱맞은 이야기를 합니다.
5년 전 혹시 신분을 세탁해 준 이가 있냐고 묻는 키도에게 '이카호 온천의 둘째를 말하는 거군'이라며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죠. 그리고 그는 대뜸 자신은 신분을 세탁해 주는 사기꾼일 뿐이지만, 자이니치도 사기꾼과 같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자이니치 같지 않은 자이니치군
이 대목에서 일본사회가 재일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런 차별의 시선은 단순한 무시를 넘어 그들 자체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고, 키도처럼 잰틀 한 변호사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죠.
그럼 이 영화는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의 이야기일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
긴 글 읽어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보에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
◇ 포스트 속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의 '한 남자' 포토에서 일부 편집하여 사용되었습니다.
'영화 보기 (+ ME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남자 후기 02(終). 나는 무엇으로 나인 건가 (스포 有) (5) | 2024.10.27 |
---|---|
심야괴담회 시즌4 15화 Review MZ 특집! 1,2 편 (4) | 2024.10.26 |
한 남자 후기 00. 한 남자의 숨겨진 삶에 숨겨진 민족이 역사 (4) | 2024.10.25 |
전,란 후기 02(終). 전쟁과 반란의 기준을 묻다 (스포일러 포함) (2) | 2024.10.20 |
전,란 후기 01. 믿음과 약속이 무너진 사회 (6) | 2024.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