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극장을 간걸까요? 저번에 헌혈을 해서 영화표 2장을 얻었죠. 딱히 요즘은 극장에 가지 않아도 OTT로 영화를 보는 시대인 것도 한 몫을 하겠지만,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기에 정말로 다시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으리 결심같은 것을 했죠.
그 문제작은 바로 트랜스포머 5, 최후의 기사!. 그 쏟아지는 폭탄 세례와 화려한 볼거리를 뒤로하고 거의 3번을 졸았습니다. 마치 오래전 메탈리카를 들으며 졸린다고 느꼈던 그 감정 같은 거랄까!!
2016년에 이 영화를 보았으니 거의 8년만에 극장을 찾은 것이군요. 글라디에이터 2를 보았습니다. 잘만들었다구요. 제목만 들었을 때는 아류작 같다고 생각했더니, 원작자인 리틀리 스콧 감독이 만든 엄연히 정식 2부였습니다. 스토리적으로도 전편과 이어지기도 했구요.
큰일입니다. 요즘은 뭘 볼때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 상황과 자꾸만 매칭이 됩니다. 영화 속에서 로마황제가 집정관으로 자신의 원숭이를 세우는 장면, 그것에 박수를 치는 원로회.
콜로세움에 일어나는 거대한 횟불과 민중의 시위, 그런 민중을 향해 거침없이 활을 쏘는 궁수들에 맞서는 시민. 비록 노예의 검투사를 보며 권력자가 주는 욕망의 쾌락에 젖어 있을 망정, 시민다운 행동을 하는 그들
어쨌거나 영화는 정말 재미났습니다. 과감하게 모가지를 잘라버리는 것이 조금 잔인하다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는 저 자신을 보며, 사회적인 분노의 엔트로피가 점점 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극도로 그런것을 싫어했었는데)
오랜만에 극장방문, 그 많은 좌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업시장의 현실도 눈으로 목도했습니다. 이러니, 소상공인의 삶은 어떠한가. 아무리 어려워도 잘되는 사람은 잘된다지만... 큰 그림을 조망하면 언제나 시대는 큰 흐름이 있고, 그 물결에 의해 삶은 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흐름을 만드는 것도 개인이며, 그 흐름 속에서도 살아남는 역활도 개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이면서 전체입니다. 조금씩 저는 그 깨달음의 의미를 체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나이며, 내가 당신이며, 결국 우리는 하나라는 깨달은 이들이 말하는 절대 진리.
색이 즉 공이며, 공이 즉 색이고,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고, 고집멸도도 없는, 모든 것은 하나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 말이 지닌 모순되지만 논리적인 의미를 체험으로써 승화해 나가고 있는 듯 합니다.
커다란 스크린, 웅장한 사운드. 확실히 집에서 보는 것보다 달랐지만, 이제 그런 것보다 이야기가 주는 의미가 더 가치로운 저에게 있어서 극장이라는 산업 시스템의 붕괴가 조금씩 보입니다.
하지만 사라지진 않겠죠. 우린 항상 뭔가 특별한 체험을 원하기 때문이니깐요. 다만, 과거 많은 이들이 북적거리던 시대를 꿈꾸며, 제 2의 부활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강물은 흐릅니다. 그리고 새로운 지류도 만듭니다. 원젠가 그 지류가 본류가 되지만, 그 변화는 갑작스럽지 않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러다가 언젠가 모든게 바뀌어 있는 것을 알게 되죠.
글라디에이터 2에서 주인공이 던지는 메세지, 그 꿈을 우리 같이 이루어보자는 말이 공허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그 한마디에 뭉칠 수 있는 힘. 그것이 사피엔스가 유전적 변이 하나 없이 오로지 허구와 상상으로 이룩할 수 있는 파워입니다.
허구는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허구를 어떻게 구축하고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에 따라 힘을 가집니다. 결국 인간이 동물 이상의 무엇인가 된 것. 그건 스스로가 만들어 낸 '신'이며, 어쩌면 그것은 정말 '신'이 준 능력일지 모릅니다.
가정으로 남기던, 그것을 현실에 끌어와 믿음으로써 행동하든, 각자의 몫입니다. 저는 후자의 체험이 더 좋습니다.
오늘도 이 당연하듯 느껴지는 세상과 일상을 주신 신에게 감사합니다. 작은 나는 한발짝 물러서고, 그 위대한 만유로써 경험토록 하소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모든 것이 은혜로운 순간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어서 좀 더 많은 촛불들이 스스로 빛을 내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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