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흑사병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된 것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21세기 이후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었죠. 두 용어의 차이를 보자면 인간중심에서 조금은 벗어난 동물에 대한 시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마당에 가축화, 작물화라는 철저히 인류 중심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점에 대해서 양해 바라겠습니다.
총균쇠를 다루면서 초반의 스페인과 잉카 정복을 제외하고 '균'에 대한 언급은 그리 많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유럽이 아메리카의 두 문명을 절대적인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하게 된 것은 '균'의 역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그 시대의 유럽인들이 소위 말해 요즘과 같은 '세균전'을 할 만큼 지식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유럽은 1347년 처음으로 흑사병이 발병하고 거의 2,500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는 유럽 전체 인구의 30%에 해당되는 숫자였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흑사병은 중국으로부터 유럽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19년 '코르테스'가 멕시코에 처음 상륙 했을 때에도 멕시코의 인구는 2천만 명이나 되었으나 천연두로 인애 100년 만에 90%가 죽고 160만 명 정도만 살아남았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1,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으로 인해 죽은 사람보다 병원균의 감염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만큼 '균'이 가지는 파괴력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막강합니다. 그런데 이런 병균은 어떻게 감염되었을까요?
2. 작물화
농업혁명이란 말처럼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됨으로 인해서 야생의 생물을 '작물화'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초창기의 야생의 식물들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혹시 '어름'이라는 우리나라 식물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는 형을 따라 '어름'을 먹어보니 맛은 있으나 씨앗이 많아서 먹기가 그리 쉽진 않았는데 '야생 바나나' 역시 열매는 작고 씨앗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몬드, 수박, 감자, 양배추 등도 지금은 우리가 쉽게 먹고 있지만 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죽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감자의 경우 초록색으로 변하면 독성이 있다고 버리죠. 그러나 인간은 불굴의 의지로 독이 없는 종자를 찾아내어 지금의 상태로 작물화에 성공합니다. 이것을 의식적 작물화라고 합니다.
반면 식물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서 인간을 유혹해 농사를 짓게 만든 케이스도 있습니다. 복숭아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맛있는 과육을 가졌지만 그 씨앗은 먹지 못하게 하여 번식을 하죠. 이것을 무의식적 작물화라고 합니다.
아마도 작물화는 어느 하나의 경우만이 아닌 의식적, 무의식적 2가지 방식이 모두 작용되어 이루어졌을 겁니다. 쌀의 경우도 원래는 씨앗이 익었을 때 땅에 떨어져서 수확을 하기 힘들었지만 떨어지지 않는 종을 찾아내었고, 그 종자 역시 그렇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도록 인간을 유혹했던 것이죠.
작물화는 단순히 식량의 차원을 넘어 목화와 같이 2차 가공을 통해 섬유를 얻게 하였습니다. 문익점 선생님이 이 목화씨를 밀반입하여 한반도로 가져왔을 때 만약 기후가 달랐다면 목화는 자라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축의 모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해 봅니다.
인류사적으로 작물화가 바로 농업 혁명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을 겁니다. 수많은 실패와 시간을 요구했을 겁니다. 아마 당시 존재하는 모든 생물에 대한 도전이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지금 약초라고 하는 것들도 사실은 독초들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된다는 발견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겠습니까? 허나 약초를 작물화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도토리가 그런 경우입니다. 도토리는 쓴 맛이 나므로 쓰지 않은 것을 찾아 심었음에도 쓴 도토리가 생겨나므로 돌연변이를 작물화 하기 쉽지 않아서 포기하였죠.
또 과실수나 견과수 같이 재배를 해서 생산물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물들은 정착 생활이 보다 안정화되었을 때 시도 되었을 것입니다.
3. 가축화
농업혁명이란 단위뒤에 감추어진 것이 바로 가축화입니다. 아마 인류는 우연히 불을 통해 고기맛을 보고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작고, 온순한 동물을 잡아서 가축화를 시도를 했을 겁니다. 이는 농업화로 인해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일 겁니다.
처음에는 농경만으로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었기에 기존의 수렵채집을 같이 하는 수준이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작물화만으로도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면서부터는 그저 특별한 맛을 느끼고 싶어서 사냥을 했을 것입니다.
개의 경우는 아마 수렵채집시절부터 가축화 시도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개의 조상인 늑대는 사냥과 방어에도 유용했으며, 특히나 다른 동물과 다르게 인간에게 '애정'이란 것을 줄 수 있었습니다.
가축화라는 것은 인간이 길들이고 번식을 조절하여 필요에 맞게 변화시키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인간의 식습관과 경제,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농업 혁명에 있어서 '소'와 같은 생물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주었죠.
그 외에도 가죽이나, 털과 같은 부차적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이익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축에게는 병원균이 있었고, 이것은 수많은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4. 병원균의 전략
2019년 전 세계는 서로 간의 교역을 중단하고, 바깥출입을 통제할 만큼 통제된 사회로 변합니다.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죠.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직접 겪으셨을 겁니다. 코로나는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가지고 수많은 언론의 분석들이 있었고, 가짜 뉴스들도 많았지만 '박쥐'를 통해 전염되었다는 것일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동물과의 접촉은 항상 이런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가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소'입니다. 그런데 '소'로부터 인류에게 퍼진 것이 바로 '천연두, 홍역, 결핵'입니다. 지금에야 이 병이 그리 큰 병이 아니거나 거의 예방주사로 인류가 극복해 냈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걸리면 죽는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병원균 역시 진화를 합니다. 동물의 몸속에서 기다려서 사람이 먹을 때까지 기다리게도 하고, 접촉을 통해, 곤충을 통해, 혹은 기침과 같은 방법으로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전파됩니다. 혹은 광견병 같은 경우 개를 미치게 하여 직접 공격을 해서 병원균을 전파하기도 합니다. 또한 잠복기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감염 후 증상이 바로 나타나질 않아 감염체가 이동하도록 하여 전파를 시키죠.
한때 '연가시'라는 영화를 통해 인간의 뇌를 조종해서 물가로 뛰어들어 익사시키는 기생충이 알려져서 이것이 가능한가 아닌가라는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실제로 곤충의 뇌를 조종하여 그렇게 숙주를 조종하여 번식에 유리한 환경으로 이동하도록 의도를 가진 기생충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처음 도착한 해는 1492년이다. 1347년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기 시작하고 147년이나 지났고 살아남은 이들은 이미 면역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흑사병뿐이었을까요? 아메리카에서 가축화가 되었던 동물은 라마 1종류 밖에 없었습니다.(알파카도 있지만 거의 라마와 같은 종입니다)
그에 반해 유라시아 대륙은 수많은 동물이 가축화되어 있었습니다. 그 수만큼의 면역체들을 유라시아 대륙 출신들은 가지고 있었겠지만 아메리카는 아니었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인류 문명사적으로 왜 어느 지역의 사람들은 선진국만큼 발전하지 못했을까에 대한 답인 '총균쇠' 중에서 '균'의 역할이었습니다.
5. 우연에 의한 역사
'운삼기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20세기 이전 대형동물(45kg 이상) 중에 가축화가 된 동물은 14종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메리카는 1종, 아프리카는 0이었습니다. 이 역시도 가축화하기 쉬운 동물이 유라시아에 많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가축화를 하기 위해서는 얻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먹어서도 안되며, 성장 속도도 빨라야 합니다. 짝짓기 습관도 중요한데, 치타의 경우는 장거리를 막 뛰어다니며 구애활동을 하니 우리에서는 번식을 시킬 수가 없는 거죠. 또한 성격이 너무 거칠거나 사람을 물어 죽이는 동물은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이 많아서 가둬두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어버려도 안됩니다. 또한 독립생활을 하는 동물들도 같이 좁은 공간에서 키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가축화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라시아도 역시 각 지역마다 가축화된 것들은 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파될 수는 있었겠지요. 기후가 비슷하다면 적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종족으로 다양성이 발생했을 겁니다.
그 수많은 인류들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종의 우위를 차지한 것은 '사회적 동물'이었던 것이고 그 호모사피엔스들 중에 유라시아가 우위를 차지했던 것은 대륙의 축이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었던 것이며, 그런 속에서 충분히 다양한 문화가 발생할 만큼 거대했기에 여러 실험을 통한 작물화, 가축화가 행해졌고 그것이 빠른 속도로 전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아주 우연이지만, 우린 이를 통해 지정학이 얼마나 정치, 경제,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땅의 위치와 생김새, 그 주변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우생학'이란 것이 20세기 중반에 있었습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는 근거가 된 학설이기도 하죠. 어느 민족은 우월하고 어느 민족은 열등하다. 물론 이 학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률이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쌍둥이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미국으로 입양되고 한명은 한국으로 입양이 되었었나 봅니다. 조사결과 미국으로 입양된 친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즉 길러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우월한 존재여서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렇게 말하니 미국이 한국보다 나은 것 같은데, 그 반대의 경우들도 많았답니다. 얼마나 좋은 부모를 만났느냐는 것이죠.
마치며
책 두께만큼이나 긴 리뷰를 한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여러 가지 레퍼런스들이 있습니다. 총균쇠라는 주제를 증명할만한 방대한 자료들, 그러나 그것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것은 대륙의 축이며 그 우연에 의해 모든 것은 시작됩니다. 지금의 아메리카는 미국이라는 세계의 최강국과 멕시코, 브라질과 같은 개발도상국.. 그리고 빈민국들이 공존합니다. 유라시아 대륙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쓰는 용어랑은 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이쪽이 훨씬 체감적으로 와닿는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산유국'들이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석유 때문에 부유하게 사는 것은 상류층이고 대부분의 민중은 더 힘든 경우들도 많습니다. 또 그 석유로 인해 전쟁에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는 경우들도 많았고요.
1998년 친구가 '증산도'라는 종교를 믿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물론 포교활동이었겠지요. 허나 단 한 번도 믿거나 따라서 가보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 친구가 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앞으로 20년쯤이 지나면 우리나라로 기운이 쏠릴 운이고 우리도 선진국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그 친구 말처럼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었던 감정은 '희망'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잘 살면 나도 훨씬 잘 살겠구나~. 그러나 정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었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과 지금 느끼는 감정의 간격이 참 큰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인류의 진화와 발전이 개인에게 더 나은 삶을 주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희생들과 죽음들이 있었습니다. 축복받은 유라시아 대륙이지만 그만큼 많은 전쟁의 역사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지금 살아있는 우리는 그렇게 사라져 간 이들에 대한 짧은 애도를 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이제 제한된 공간을 너머 가상세계와 우주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세상이 무엇이든, 총균쇠에서 얻은 기본적인 승자의 공식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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