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draft

241104 월 0826. 도서관 풍경

리뷰파파 리파 2024. 11. 4. 09:03

11월의 정식 첫 주입니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가을을 넘어 겨울의 느낌마저 조금씩 공기 속에서 느껴집니다. 오늘은 일상의 흐름 평소와 다릅니다. 먼저 도서관이 아닌 집에서 이 글을 적고 있죠.

 

매주 도서관의 월요일이 쉬는줄 처음엔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매달 첫번째 월요일이 쉬는 날입니다. 주차장에 있어야 할 차들이 거의 없었을 때, 아차 했죠.

 

오늘은 제가 작업을 하는 도서관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보통 아이를 학교에 태워주고 도착하면 8시 15분경 쯤 됩니다. 시원하게 메탈 한 곡을 듣고, 노트북 실에 가면 벌써 몇자리를 차지하신 분들이 있으시죠. 학교가 쉬는 날은 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7시 문을 여는 시간을 가본 적도 있습니다. 7시 반에도 한,두자리 벌써 도착해서 공부를 시작하신 분들

 

8월부터 지금까지 3달정도 도서관에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렸네요. 중간에 상을 치를 일이 있었던 것과 심하게 속병에 걸려 요양을 했던 날을 빼고는 그랬습니다.

 

참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사람도 있고, 여러개의 전자 장비를 가져와서 가상화폐나 주식 같은 것을 하는 분도 보입니다. (대부분 노트북 1개에 테블릿 1개 이렇게 기본 세트)

 

오롯히 자격증 공부만 하시는 분들, 영상을 통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시는 분들, 뭘 하는지 모르지만 보고서를 쓰시는 분들. 각자 시간대별로 참 다양하게 뭔가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때론, 저게 과연 보이나 싶을 정도로 작은 화면에 두개의 창을 띄워놓고 뭔가 리포터를 쓰는 이도 있고, 3달을 다니다보니 한 번도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꾸준히 도서관에 오는 몇몇 인물들에 대해서는 호기심마저 들기도 합니다.

 

참 좋습니다. 첨에 제가 이 블로그를 만들고 애드센스라는 목표를 가지고 하루에 3000자라는 글을 적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책도 보고 글도 쓰다보면 뭔가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제 자신의 마음이 아직 온전히 콘트롤 되지 않을 때였기도 하구요.

 

그럼 열람실에 올라가서 책을 봅니다. 자리에 앉기도 하고, 서서 읽기도하고 그렇게 책을 읽습니다. 신간 코너에 들러서 무슨 책이 들어왔나 보다 우연히 들었던 책이 인연이 되어 좋은 배움을 하기도 했고, 그런 경험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연에 기대라. 박문호 교수님이 어느 강의해서 하신 말씀인데, 계획적이지 않은 우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만남과 지식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와닿았던 것 역시, 이미 지난 몇달을 도서관에서 경험해서일 겁니다.

 

4월부터 차례차례 저에게 다가온 우연같은 괴로움, 그 과정에서 알게된 유튜브 채널, 그리고 책, 강의. 꼬리에 꼬리를 물듯 하나씩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는 인연으로 알게 된 것들을 쭈욱 바라보니, 그 때는 우와~ 했던 것들이 이제와서는 하나마나하는 너무 당연한 말들인 것들도 있습니다.

 

이게 정답이다 생각했던 것이, 그저 하나의 단촐한 단서만 남기고 쓸모없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단서를 통해 또다른 가르침과 만났고, 잊고 있던 기억 속에서 새로운 재발견과 그 과정에서 나에게 스승이 될 만한 두 인물을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수행하는 삶 속에서 치유도 얻고, 또 아프고, 치유하고 그렇게 살면서, 삶 그 자체 안에 벗어나지 않고 온전히 체험하는 것. 물론 아직 돈을 버는 일에는 잼병이지만 그 문제도 곧 해결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세삼 제가 나름 그 단기 속성 고통과 단기 속성 해탈의 경험과 깨달음을 옮기는 이 블로그에 글들이 생각만큼 많은 이들이 보지 않는 것에 조금 실망감도 가집니다. 물론 저는 그 가치를 드리고, 디지털 노마드로써이 경제적 자유도 꿈꿉니다. 물론 그게 언제 될진 모릅니다. 현실적으론 다수가 그렇듯 저도 당분간은 직장인으로써의 삶으로 복귀하며, 이제 그 속에서 지금 얻게된 리듬과 배움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것이죠.

 

조건이 달라지면 또다른 화학작용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게 뭘지 모릅니다. 사실 좀 두렵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먹고 사는 걱정도 하지 않고 이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만큼 아직 저에게 풍요가 있음에 매일 감사합니다.

 

하지만 현실감각을 잃고 있진 않습니다. 요즘엔 마트에 가면 필요한 것만 사게 됩니다. 거기에 아이를 위해 한 두가지의 필요와는 달리 원하는 것을 아직은 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로움은 딱 올해까지 입니다.

 

가능한 이 즐거운 일을 통해 먹고사는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물론 그 시기는 장담하진 못하겠지만요.

 

하느님은 항상 나를 먹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신을 믿습니다. 그리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인간이란 사실을 언제나 잘 압니다.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 새벽 시장에 가끔 가서 느껴지는 에너지들. 저 자신도 6시 50분 이전에 출근해서 직장을 다녔던 사람으로 그런 나 자신도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왔었습니다. 그 덕분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렇게 쉬고 있는 겁니다. 아니... 이 조차도 어쩌면 어떤 이들에게는 부러울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하는 쉼을 원할 때,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 역시 조심스럽죠. 이번 달에 갚아야 할 빚이 있고, 책임져야 할 상황이 있다면 저도 그러지 못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또 그렇게 살아왔던 제 삶에 대해서 부정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의 20년전 제가 나름 어느 회사에 중간관리자가 되었을 때, 프라이드를 타고 다니는 저에게 한 이사님이, 회사 격에 맞게 차를 바꾸라고 했지만, 저는 그 말에 '사주지 않을 거면 테클걸지 않기'로 시전했습니다. - 사고만 없었다면... 지금도 타고 다니지 않았을까?...ㅎㅎ 그건 좀 오버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지금도 경차를 타고 다닙니다. 아직 왼쪽 문 손잡이는 고장났고, 선탠지는 오래되어 울렁거리고, 칠도 여기저기 벗겨져서 페인트로 콕콕찌른 치들이 납니다. 그래도 저는 녀석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저는 하나도 쪽팔리지도 않고,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닭꼬치 1000원짜리를 사먹고 싶은데, 가진 돈이 천원밖에 없어서 친구랑 같이 사먹자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내리는 곳에 내려서 다시 한참을 걸어 돌아가, 혼자 닭꼬치를 사 먹었을 때,... 참 서글펐습니다. 그런 제 현실이.

 

그러나 저는 이제 부족함에 대해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없으면 없는데로 살고, 뻔뻔할 때는 뻔뻔해지고, 여유가 되면 그 미안함에 대해 언젠가 갚아드리는 것으로.

 

저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현실에 대해 아이에게 말합니다.

 

아끼자~.쓸건 써도 돼. 우리 그 정도 돈은 있어. 아빠가 열심히 살았던 증거야. 하지만 낭비는 하지말자. 필요한 것에 그 아이들도 쓰여지고 싶을거야. 버려지기보다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은 결코 환한 세상을 향해 웃고 즐거운 것이 아닌, 그저 고요하고 평온하고 감사함으로 느껴지는 잔잔함입니다. 이 일상의 행복. 오늘도 그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당신에게도 말입니다.

 

오늘의 draft였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 draf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1106 수 0822. 릴리징  (0) 2024.11.06
241105 화 0652 천억부자의 삶을 체험하며  (6) 2024.11.05
241103 일 0925. 아이와의 대화  (5) 2024.11.03
241102 토 0550 티핑포인트  (0) 2024.11.02
241101 금 0348  (5)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