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draft

241101 금 0348

리뷰파파 리파 2024. 11. 1. 05:31

블로그란걸 시작한 지는 꽤나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당시 소소하게 올라온 소프트웨어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개념으로 사용했었고, 그러면서 차츰 내 취미 같은 것을 올려보는 공간, 그리고 한때는 유명 블로거로써의 포부도 가져본 적이 있죠.

 

그러나 글을 계속 적는 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 비지니스 적인 감각도 없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끈기죠. 제가 이 리뷰파파라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지게 된 것은 끈기며, 이 능력을 유지하게 해줄 '가치'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에서 10년도 훨씬 넘는 기간동안 445개의 글을 올렸던 블로그가 있습니다. 저는 그곳을 제 개인적인 공간으로만 오로지 남겨둘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저 지인 몇명과 가족들만 볼 수 있는 앨범같은 곳으로 말이죠.

 

이 공간은 어떻게 될까요? 확실한거 하나는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목표와 목적성을 가지고 시작했으며, 그 일련의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올해(24년 10월 8일부터 draft라는 카테고리로 계속 글을 올려왔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몇일을 빼고는 계속 꾸준히 적고 있죠.

 

draft가 초안이라는 뜻이죠.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사례와 작가분들의 습관 중에 하나가 그냥 매일 꾸준히 적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주제도 정하지않고, 글을 쓴다는 그 자체가 '습'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

 

그래서 시작했었죠. 그리고 11월 1일, 새로운 달이 바뀌면서 이제 여기, 리뷰파파를 통해서 그 습관을 이어가려합니다.

 

이 글은 일종의 생방송입니다. 대본도 없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지죠. 그래서 제목은 항상 그날의 날짜와 요일, 글을 시작한 시간을 시리얼 형식으로 적습니다.

 

아마도 이 글이 올라간 시간과 제목과의 gap이 제가 글을 작성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줄까요? 요즘은 항상 이 부분을 고민하면서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죠.

 

사실 여지껏 후자의 개념만을 가지고 글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그 부분이 더 큽니다. 맞춤법 검사 한번 하지 않고 글을 400개 넘게 올렸는데, 이 곳에서는 일일이 검사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글버릇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표적인게 '허나', '솔직히' 더군요. 특히 '허나'는 구어적으로는 많이 사용되지만 '그러나'로 쓰여지는게 정확한 용법입니다.

 

알면서도 정말 안고쳐진답니다.

 

오늘은 꽤 일찍 일어났습니다. 사실상 일어나서 명상을 가볍게 하고, 더 자려고 누웠으나 충분히 피로가 풀린 느낌이라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실천 중입니다.

 

저는 요즘 제 삶에 참 만족합니다. 무려 백수인데 말이죠. 이게 저한테 의미하는게 많습니다. 여지껏 제가 백수로 있으면서 불안감을 가지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도 또 어찌~ 직장을 잡게 되고, 최소한의 수입은 있었습니다.

 

실업급여든, 아내가 일을 하든. 어떤 식으로든 통장 속 잔고를 깨먹으면서 살지는 않았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아꼈죠. 또 그런 것에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사실 돈 버는 재주는 없지만 아끼는 재주는 있는 편입니다. 물론 이 역시도 더더 대단한 분들을 많이 보았지만, 병장 월급 1만5천원 정도하던 시절, 돈을 모아서 제대하는 날 '전자기타'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었으니 지독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생긴 습관입니다. 아끼는 것에 대한.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죠. 갖고 싶은 것도 많았고, 철없던 시절에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물건을 갖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랬던 적도 있었구요.

 

제가 자라던 시절에는 그것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서점에서 책한권 정도 안 훔쳐본 애가 없을 만큼 흔한 일이었고, 그 만큼 갖고싶은걸 가질만한 넉넉함이 없어던 시절이었죠.

 

아직도 기억나는 한가지 아픔이 있습니다. 당시 3만원이 약간 넘는 전자게임기가 있었습니다. '겔러그'같은 슈팅게임이었죠. 요즘같은 멋드러진 콘솔게임기가 아닌 전자시계나, 전자계산기처럼 정해진 공간에 불이켜지며 게임이 진행되는 LSD 방식의 게임이었죠.

출처 :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170828/86041653/1

 

자주 아버지 직장에 찾아가서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부모님의 급여를 알지는 못하지만 80년대 공무원 월급이 대략 17만원 선이었다고 하니, 3만원이 조금 넘는 게임기를 사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마음이 오직 했을까요?

 

그런데 한번도 혼을 내거나 하진 않으셨습니다. 그저 다음에 사줄께 정도, 그러다 하루는 또 직장까지 찾아가 졸라대니, 아버지가 마지못해 테엽을 감아서 할 수 있는 장남감을 하나 사다주셨습니다. 테엽을 감았다 풀면 트랙이 돌아가고 오토바이가 하나 나와서 점프를 하며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이었죠.

 

아쉬웠어도 그걸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추억이며, 또한 아픔입니다. 그런 제가 언제부턴가 정신을 차린 것이죠.

 

지금도 최신 게임기가 절대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80년대 당시는 성능대비 엄청난 가격의 장난감이었으며, 저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학교에서 인기를 독차지 할 수 있었죠. 그래도 저 방식의 게임기가 꽤나 끈질기게 생존을 했습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도 재믹스라던지, 닌텐도 패미컴 계열의 짝퉁들이 보급되며 저런 허접한 게임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었죠. 오직 휴대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LSD 게임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페이스 호크'라는 게임이 등장했었죠.

출처 :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170828/86041653/1

 

장남컨데 이 게임은 지금해도 그럭저럭 재밌게 할 수 있는 LSD 게임계의 역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0 스테이라는 개념과 최종보스의 등장까지. 정말 열악한 표현의 한계를 최대한 끌어올린 게임이었죠. 전 이걸 친구한테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할만큼 하고 지겨워진거죠. 이 또한 가격이 3만원이 넘었으니 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30만원에 육박하는 거죠..

 

그리고 한때 정말 조용히. 간혹 테트리스 같은 아주 소형 악세사리 게임을 저렴하게 파는 것을 보았지만, 바야흐로 90년대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시대, 가질 수는 없었으나 조르는 대상의 급의 달라졌죠.

 

그런데 90년대 중반에 '다마고찌'라는 독특한 LSD게임이 대히트를 치죠. 그야 말로 선풍적인 인기였으며, 저도 제대후 하나 구매를 했었는데 오리지널이 아닌 짝퉁이었습니다. 이 다마고찌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다보니 게임기 역사를 읆고 있네요. ㅎㅎㅎ

 

아무튼 그렇게 갖고 싶었던 것도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 그저 철없는 아이였다가 어느 순간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가성비와 돈을 아끼는 습관이 조금씩 강화되었고, 50대가 된 지금은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거의 10년전에 산 우쿨렐레가 하나 있습니다. 3만원이었던가. 어느 정도 연주를 하게 되자 그래도 10만원대 악기를 하나 사볼까 하는 욕구가 아마도 제가 먹는거를 제외하고 물욕을 가진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이젠 관뒀습니다. 실은 줄을 조율하는 헤드쪽의 조임새가 부서져서 버렸습니다. 플라스이라 노후되어 삭은 것이죠. 사실 4개가 모두 그런데 강력접착제로 모두 수리하다가 결국 한 녀석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나 보드라구요.

 

이젠 뺀치로 조율을 합니다. 궁상맞다 생각하실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하나 사는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젠 저 우쿨렐레에 정도 들었고, 자주 치지도 않아서 굳이 새로 살 동기도 없어졌습니다.

 

돈에 초탈했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끼는게 습관을 넘어서 불편함을 못느끼는 수준까지 통달한 것이죠. 그래야만 아이들 교육시키고, 최소한 빚 안지고 살아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빚에 대해서 극도로 싫어해서 자동차 빼고는 할부로 뭘 사본 적이 없네요. 이런 제가 돈을 벌지 못하다는 사실에 얼마나 압박감이 클 것인지 어느 정도 예상 하실겁니다. 전 절대 돈에 초탈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제 가족한테는 그래도 최소한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ㅇ개버릇 남주겠습니까. 이런 부모이 영향 덕분인지 크게 낭비하지도, 불필요한 것을 사지도 않습니다. 고맙죠)

 

아니, 그런 차원을 넘어 솔직히 노후를 생각하면, 갑갑하죠. 더구나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가고, 수입이 가장 좋을 나이에 백수라니, 내가 백수라니!!!!

 

그런데, 정말 마음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기까지가 결코 쉬운것은 아니었다는 점.

 

사실 모든게 최악의 조건입니다. 막내아이가 커가다보니 이제 자기 방이 필요한 시기도 되었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결여감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작년말쯤 신축 아파트를 계약하다보니, 가지고 있는 현금이 부족해도 어느정도 돈을 아끼면 될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직 상태이니, 보유금액은 더 줄어들고 있죠.

 

사실상 제가 가장 싫어하는 빚을 져야할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이 저에게 강박감으로 찾아왔었고, '펑!'하고 문제를 일으킨 것이죠. 아주 크랙티컬하게.

 

그런 성격입니다. 지나치게 책임감도 강하고, 남한테 최소한 돈으로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은 질색이며, 저 역시도 지인과 돈거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가 원칙이죠.

 

밖에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오늘의 초안은 넉두리 같습니다. 그런데 전혀 조급하지도, 걱정되지도 않습니다. 아~ 전혀까진 아닙니다. 최소한 그런 현실에 매몰되어 걱정만하고 앉아 있진 않다는 겁니다.

 

뭐가 되었던 저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죠.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어제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가 아이스크림 바가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과거의 저였으면 아마 2,3만원치는 샀을 겁니다. 사실 점심때 가족들 먹으라고 콘을 사두었는데, 집에 오니 아내가 홀랑~ 먹고 있더군요.

 

과거의 저 였다면 그 콘을 다시 샀을 테지만, 딱 아내가 먹고 싶다는 것과, 아이가 먹고 싶다는 아이스바 2개만 사서 돌아왔죠. 그걸 결정하는데 5,6분이 들었습니다.

 

참는것 보다는... 아내가 먹는 콘 한입 먹었으니 되었고 저녁도 생고구마와 사과로 때웠는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게 어불성설이죠.

 

그렇게 저를 변화시키는 중입니다. 그리고 만족합니다. 덕분에 식습관도 바뀌고 있죠. 

 

역시 너무 일찍 일어났습니다. 잠시 30분 정도라도 눈을 붙이고, 하루를 다시 시작해야겠네요.

 

다들 주무시고 계실텐데. 편안한 밤 마치시고 상쾌한 이침 준비하세요

 

오늘의 draft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