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oC입니다. 이 글을 1주일에 한번 정도 기획했었는데, 현재로서는 1달에 1번이 될 것 같습니다. 매겨진 시리얼번호는 년과 월이라 생각하시면 되시겠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아직 제가 이 블로그를 만들고 잘 운영치 못하여 글을 읽는 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어떤 결과보다 일단은 이 행위 자체가 저에게 의미를 주기에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첫 글을 제가 9월 마지막인 30일에 올렸을 겁니다. 사실상 10월도 전체를 다 보낸 뒤 글을 적는 것이 맞으나 오늘은 특별한 체험과 깨달은 것을 곁들여 저의 마음을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1. 행동의 변화, 다이어리 쓰기
여러분은 수행이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누군가를 통해 수행법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 앞서 적은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그건 저와는 무관한 출가자들이나 구도자들의 몫이며, 속세의 삶에 절어있는 저 같은 자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니라 생각하였죠.
그러나 삶의 경로는 저에게 '수행'이라는 의미를 일깨웠습니다. 그건 매년 첫해에 세우는 목표 같은 것이 아닌 옳은 삶을 향해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정화하는 작업. 그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것이 아닌 정말 열망이 필요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행동 중 하나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카테고리의 많은 책들이 인생의 큰 목표와 장기, 중기, 단기 목표 그리고 월간, 주간, 일간 계획을 세우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과정이 체질에 맞는 분들이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많은 계획을 세우다가 보통 지쳐서 나가떨어지죠.
이미 이런 일들은 20년도 전에 시도했었고, 그 후로도 몇 번 도전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디지털화되어 가던 시기였기에 가능한 손으로 적기보다 디지털화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했었습니다.
이는 장점과 단점이 각각 있습니다. 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저는 다 가져보려는 수 없는 시도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이 하나 있습니다. - 일일 다이어리는 손으로 적어야 한다.
21년도에 '다이어리 1년만 쓰기'라는 책도 한 권 사서 읽으며 의지도 불태웠지만, 실천이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다이어리라는 것이 물리적인 것이니 만큼 휴대하기가 쉽지가 않으며, 간혹 회사생활 중 회의를 하게 되면 이게 또, 날짜의 범주를 넘어가는 등등의 변수들
그럼에도 매년 한 권씩 어떻게 들어오는 다이어리,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받은 한 권의 다이어리. 1월부터 활용은 했지만, 필요할 때 가끔.. 낙서 몇 가지. 그러다가 그저 무작위로 그냥 적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정리하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은 말을 기록하는 등으로 마구 썼습니다. 그리곤 결국 표지와 속지가 분리되는 사태까지 오더군요. 집에는 이런 식으로 약간씩 쓰다만, 혹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여러 다이어리와 수첩이 있었죠. 바꿀까? 하다가.... 그냥 올해는 이 녀석을 써보자 (마치 나 같잖아. 망쳐진 녀석)
일일 기록을 7월 3일부터 시작했네요. 연속적이진 않습니다. 그리곤 8일, 갑자기 8월 29일로 건너뛰죠. 그냥 기록 같은 것들. 그리고 9월부터 조금씩 할 일들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무작위적으로 적었습니다. 조금씩 매일매일의 규칙성을 가지게 된 것은 9월 19일이 되어서야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그저 명언 한마디가 적힌 날도 있고 어떤 날은 to do list를 만들어서 체크를 하기도 하고, 아직 방향은 모르나 조금씩 꾸준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젠 한 4일의 날짜를 미리 적고, 특별한 스케줄이 있으면 적어두며, 하루 할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순번을 먹이면서 각각 언제 마쳤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완성형은 아니지만 최소한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뭘 했는지를 다이어리를 통해서 조망할 수 있게 되었죠. 아래와 같이 사진을 실제 공개해 드립니다.
그리고 꾸준히 일기를 별도로 적고 있는 중입니다. 특별한 체험 같은 것이 있으면, 따로 정리도 하고 있습니다. 7월 말에 저의 상태에 비교하자면 이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다이어리를 쓴다라는 수단이 목적이 아님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마음공부들 속에서 여러분의 인생 풀이를 하고 있지만, 저는 결국은 '습(習)'이란 단어로 단순화하였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복잡하고 다양한 수많은 논리들, 체험들, 과학적인 분석
좋습니다. 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마디로 오늘의 습관이 나를 만든 것입니다.
생각하는 습관, 행동하는 습관, 반응하는 습관, 그렇게 반복되고 반복되며 젖어버린 습(濕)이 習으로 자리 잡아버린 것입니다. 제가 2개월 전, 8월 중순쯤이었을 겁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반응하는 저의 마음을 관찰하며 결론 내린 것은 '습'을 바꾸는 것.
그래서 멀티태스킹은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정성스럽게 온전히 한 가지에 하나만 한다. 이 일이 누군가를 돕는 선행임을 알며 한다. 이게 제가 바꾸려는 '습'의 지향점으로 삼았습니다.
저 다이어리는 그 '습'의 data이며, 그것을 통해 저는 많은 부분의 변화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처절했던 2024년 중반기, 그동안의 사정 -1
7월, 처음 정신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을 때, 정말 온전히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러나 약을 먹고도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었죠. 결국 저는 도망치듯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2주 정도 일한 덕분에 기존에 받을 수 있던 실업급여 조건도 상실되었으며, 원룸 계약금도 모두 날리게 되었죠.
하루를 자고, 힘겹게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온 날, 밥을 차려주는 아내 앞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한동안 감정이 메마른 듯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괴로움으로 표현되는 강박만 느낄 뿐, 그런데 그렇게 눈물이 흘러내렸죠. 죽고 싶은 마음보다 그저 사라져 버리고 싶었습니다.
이제, 조금 더 과거로 가겠습니다.
4월 처음 옮긴 회사에서부터 원인 모를 강박이 찾아왔고, 그 속도와 강도는 제가 오래전 겪었던 우울증, 공황장애를 넘어선 무언가였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와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강박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결국 저는 제 삶에서 조금 쉬라는 신호로 이해하고 회사와 잘 이야기하여 계약 종료를 하기로 했죠. 근로계약서조차 적지 않고 3개월간 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만두는 날 면접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기 공장조차 없이 흔히 말하는 '사내하도급'이던 직전 직장과 달리, 엄연히 대기업의 1차 협력사였다는 점. 그래서 퇴사하는 날 면접 정도는 보자. 그러나 그쪽에서는 제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하더군요. 물론 협상을 시도해 왔으나, 타협하지 않고 결정되면 연락 달라는 말과 함께 그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같이하고 집으로 돌아갔었죠.
그런데 다음날, 다른 친구로부터 '본사에서 일할 생각 없냐?'라고 연락을 받았고, 우습게도 면접을 본 그곳이었습니다. 그들이 구하려는 사람의 조건과 저의 조건은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합격이구나 확신하고, 운명이 이끄는 데로 그냥 가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3일도 되지 않아 다시 강박이 찾아왔습니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나이에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중간 관리자라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남을 것인가? 기타 등등 여러 가지 걱정들, 그런데 연락도 잘 되지 않던 대기업 부장이 문자로 제가 면접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천을 했으니 연락이 올 거다라고 문자가 오는 겁니다.
그냥 떨어지고, 쉬고 싶다. 기회 같은 거 오지 마라.
아냐!
돈 벌어야지, 내년이면 애가 대학생이야, 분양받은 집 잔금도 부족해!! 생활비는 어쩔 건데?
두 가지 감정.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무척이나 불편했습니다. 이게 과연 뭘까? 기회? 그랬다가 만약 이전처럼 적응 못한다면?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을까?
아, 모르겠다. 왜 자꾸 시험에 들게 하는 거야!!!
쉬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판단이 서질 않더군요.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돌렸습니다. 급여는 오히려 깎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그들은 높다고 하는 상황. 하지만 하청업체가 아닌 자기 공장을 가진 1차 vendor, 내 역할이 확실하고, 역량을 펼치 수 있다면...
그리고, 지금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잖아!!.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불안하고, 더 걱정하고 있어. 시원한 공짜 에어컨에 밥 먹으며 하던 것을, 이젠 집에서 눈치 보면서... 우습지 않아?
차라리 돈을 벌면서 이 짓거리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결정하자!. 내 조건을 OK 하면 가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이렇게 딱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미련을 남기지 않도록.
솔직히, 떨어질 거라고 믿었고,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파격적으로 저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면접을 한 번만 더 보자는 겁니다. 숙소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급여로 보전해 줄 테니 저보고 알아서 구하라고 하더군요. (기쁘기보다... 뭐랄까 그 복잡한 마음).
당시 제 상황은, 맞벌이도 아니었고, 그나마 몇 달 전부터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설거지 일을 했던 곳도 불경기로 사람을 줄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상태였죠. 저 역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더니 이전 근무지의 근무기간이 짧다며 그전 회사에 서류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이 모든 상황을 말씀드리는 건 그 복잡한 마음을 온전히 간접체험해 보시길 원해서입니다. 모든 게 머리 아프고 귀찮고 그저 좀 쉴 수는 없는 것일까?
YES맨이라는 짐케리의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제가 딱 그 마음으로 이 모든 결정을 하셨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저 운명이 이끄는 데로 가보자. 시간이 지나 아내는 '그때 저를 말리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딱 1주일의 휴식 후, 저는 새로운 회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좋은 신호였는지, 다행히 그 과정은 술술 풀렸습니다. 쉽게 싸고 좋은 방을 얻었고, 회사와도 아주 가까웠고, 보전받는 금액은 훨씬 컸으니 이익이었죠. 다만 오래 다닌다면 말이죠.
그러나 상상 이상으로 넓은 업무 영역,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인수인계, 주말은 없었으며, 인정되지 못하는 야간 근무가 만연한 회사 분위기. (그마저도 제가 맞은 생산 쪽만)
왜 내가 여기에 있지?
멘붕을 느꼈습니다. 따지고 들면, 앞서 강박증으로 그만둔 회사는 6시면 미련 없이 마쳤었고, 훨씬 급여가 많았습니다. 그냥 몇십만 원 수준이 아니었죠. 토요일도 비록 눈치를 보았으나 쉬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필요에 따라 저녁 10시,12시 까지도 근무해야 했었고, 그에 따른 보상도 없었습니다. 단지 하나 이곳은 하청업체가 아닌 본사이기에 월급을 때일 걱정은 없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
적응이 쉽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런 선택에 대한 강박감이 더 강렬하게 몰려왔습니다. 다만 저에 대한 회사 내에 임원들의 평가가 좋았다는 점.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왔다", "당신이 오고 이런 자료 드디어 처음 받아본다" 등.
그러나 저 자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거의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할 만큼, 업무적 압박감. 이 비합리적인 선택에 대한 후회감, 그럼에도 지금 그만둘 경우 예상되는 손실을 고려하면 미칠 것 만 같았습니다. (농담처럼 이전 회사에서는 그냥 다시 돌아오라고 연락도 왔었던 상황)
제가 이번 세컨드 임팩트를 느끼며 가장 큰 문제는 '자살 충동'이었습니다. 사실 그런 충동감이 적지 않게 생겼기에, 쉬기로 결정한 것이었죠.
그러나 오히려 그 충동이 더 커졌습니다. 죽지 않으면 이 비이성적 감정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죠. 4층에서 몇 번이고 떨어지고 싶은 충동, 해안 가에서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습니다.
=
죽어야 끝난다. 이건 죽어야 끝날 것 같다. 답이 없다.
그래서 결국 정신과를 찾기로 했습니다. 불신했지만, 제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to be continue~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곧바로 다음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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