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처음 읽으신다면 Part.1부터 차례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별도로 읽으시면 이해에 어려움이 있으실 수 있으므로 재미를 보장드리기 어려운 바입니다.
6. 잊자, 잃자, 읽자
도서관을 떠올린 것은 그 무렵, 유튜브만 종일 보니 이젠 정말 지겹더군요. 뭐랄까... 공허함, 부질없음, 시간낭비, 계속 중독되는 기분이랄까. 아니 왜? 그 이전에도 유튜브 쇼츠 삼매경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보냈던 시간들 많았는데, 왠 새삼스럽게.... 지겨워졌을까?
살면서, 아마 그 2주간은 내일이 없는 듯 살았고, 내일이란 걸 그냥 잊어버렸습니다. 떠오르면 무시하고, 피식거리다, 털털 웃다가, 깔깔거리기까지.
또 하나, 너무 덥다. 밤은 그나마 어둠 속에 나 자신을 묻을 수도, 더위도 어느 정도 견딜만했습니다. 잠 역시... 지금 못 자면 내일 자면되고 내일 못자면 모래 자면 되었으니 문제 될 것 없었습니다. 정신과 약 때문에 잠도 잘 왔었죠.
하지만 낮에는 집에 있는 아내, 아이들에게 왠지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이 까발려져 있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보다, 정말 더웠습니다. 뭘 보는 것도 짜증 날 만큼.
그래서 도서관을 떠올렸습니다. 거기서 책이나 보자. 삼시세끼 밥 차려주는 아내가 고맙지만 동시에 염치없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더운데 요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니, 하루에 한 끼만 먹자.
그리고 이 3마디. 내가 알던 거 모두 잊자. 내가 가졌다고 생각했던 거 모두 잃자. 그러니 안다고 까불랑거렸던거, 해봤다고 으스대던 거, 경험해 봤다고 뻐기던 거 모두 잊고, 새롭게 읽자.
잊자, 잃자, 읽자
사실상 4월부터 완전 생활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급격한 심리적 변화는 거의 10년 동안 즐겨 듣던 팟캐스트를 끊게 만들었습니다. 그중 '매불쇼'의 광팬이었는데 이 마저도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매일 해오던 영어 공부도, 프로그래밍 공부도 끊었습니다. 좋아하던 우쿨렐레도 끊었습니다.
모든 게 귀찮아졌고, 마치 웅웅 거리는 것 같았으며, 허무해졌고, 자신 없어졌습니다. 정치를 가지고 설왕설래하던 것도 멈추게 했습니다. 살기 위해 108배와 명상을 했으며, 아주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마음 관련 책을 보게 했고, 영상을 찾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펑!
새삼, 네빌 고다드의 책이 읽고 싶어 져서 도서관에 가서 검색을 했죠. 이미 그의 여러 저서는 3,4독 이상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보려 했으나, 손이 가질 않더군요. 그렇게 "내가 원하는 곳에 나를 데려가라"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의 독서리스트를 짧게 공개합니다. 보시다시피 8월 4일 이전의 기록들은 없지만, 거의 3월에 보던 책들입니다. 주로 프로그래밍과 머신러닝 관련 서적이죠? 저 나름의 미래에 대한 준비 같은 거였는데, 거기까지. 먼저 잃어버린 저 자신을 찾는 게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진짜 버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미련, 집착 같은 제 인생을 조금씩. 그 와중에 part 2에 나왔던 여러 경제적 충격과 고장들, 아마 나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정말 대미지가 컸을 겁니다.
묵묵히 나를 챙기던 아내,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래도 아이들과 웃고, 좋아하는 예능 찾아보는 모습보고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그녀 역시 마음적인 불안과 충격이 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겠죠.
한 날은 아내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울컥 울면서 가방을 메고 도서관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우울증 때문에 회사를 못 다니는 제가 사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거죠.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냐고. 사실 저 자신도 모르겠더라고요.
7. 나는 고통스러운 것인가? 귀찮아서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인가?
꾀병 부려보신 적 있으시죠? 정말 학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다 보면 정말 몸이 아파집니다. 신기하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그냥 이리저리 아무 책이나 꺼내서 살짝 보기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저 자신을 고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정말 우울증인 걸까? 아니면 이제 그만 쉬고 싶고 일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있는 건가?.... 아. 모르겠다. 나도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쉬어가라는 거다.
그 당시 저는 멘탈리셋이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동명의 '멘탈리셋'이란 책을 알았고, '본성'이란 개념에 무릎을 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시나마 영상을 보다가 '견성'한다고 하죠? 머리부터 척추까지 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체험을 했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자기 탐구'라는 것에 잠시 열중했었습니다.
마치 어떤 답을 찾은 듯하였죠. 그 역시 우연에 우연을 통한 인연으로 만난 것으로, 저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심리적인 불안의 원인과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었습니다. 108배는 단순한 기도가 아닌 일종의 운동입니다. 그렇게 체력적인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주 예전 저 자신을 치유하는 핵심이었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러나 그 카페 활동 당시, 저는 제대로 된 자기 탐구가 어떤 것인지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회원분이 겨우 두 달 만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글을 보게 되죠. 여러모로 나은 삶을 체험하신 듯했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좀 메롱하지만, 저 또한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 보았기에 저 나름의 생각들을 올리다가 그분이 하기 싫어서 핑계를 찾고 있다는 답의 글을 적으셨죠.
이제서는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무슨 스탠스냐고요? ㅎㅎㅎ 상관없다는 겁니다. 당시에 그분에게 남의 인생을 쉽게 평가한다고 직설적으로 답을 했었죠. 꿍할 필요 있나요. 사실 개인적으로 그 분과 친분을 쌓고 싶기도 했었죠.
실제 그분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글 속에서 느껴지던 어떤 확신이나 깨달음으로 펼쳐져가는 모습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이 역시 저의 편견이지만, 최소한 뭔가 매칭이 되지 않는 현실 속의 그. 어떻게 보게 되었냐고요? 그 저자분인 '복성'선생님이 무료로 강의를 하셨고, 그것이 마침 집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직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고, 정상적인 퇴근 후에 갈 수는 없었지만, 답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 무리를 해서 강의에 참석을 했었죠. 그런 대면의 기회를 통해 여러 가지 통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질문도 던졌었죠. 제가 9oC 마음중계의 처음 타이틀로 사용했던 바로 그것.
깨달음이 뭔가요? 그거 하면 뭐가 좋은가요?
8. 격동의 10년,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으며 그래도 잘 살아왔다.
정확히 10년도 전에 저는 '궁극의 열쇠'라는 글을 읽게 됩니다. 그 당시의 저는 몇 년간 괴롭히던 우울증을 이겨내었고, 삶의 여러 부분에서 다시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조금 직설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너무 감정을 억누르고 남을 배려하려던 것들이 부분이나마 저의 첫 임팩트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항상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다가 4일이 지나버리는 그런 스타일. 하지만 이후는 뭔가 마음에 걸리면 그것을 누르기보다 그 자리에서 표현을 하는 경향으로 바뀐 것이죠. 때때로 그런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단지 저는 그걸 문제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그걸 묻어두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는 체험을 했기 때문이죠.
저는 그 시절 '정리'에 대한 강박이 한창이던 시절입니다. 그때 읽은 레스터 레븐슨의 글을 너무나 황홀했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 상당히 긴 글을 3,4번을 읽고 마인드 맵으로 최종 정리까지 했었죠. 그가 누군지는 정확히 몰랐으나 '세도나 메서드'라는 치료법의 창시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치료되었다고 생각했던 우울증은 때때로 '울증'이라는 형태로 저를 엄습해 왔습니다. 자율 신경이 자기 마음대로 노는 것이죠. 제 의식은 어떤 불안을 느끼지 않는데, 몸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마음까지 긴장되는 상황
어찌 보면 예전 겪던 공황장애의 덜 매운 버전 같은 거였죠.
제가 퍼스트 임팩트를 치유로 이끌게 한 것은 '운동', '육체노동', E.F.T', '자기 성찰', '명상' 이렇게 5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뀐 게 있죠. 다시 중간간부 관리자로 일하면서 육체노동은 정신노동으로 바뀌었고, 운동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노력은 많이 했으나)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인간이란 편해지면, 자신을 덜 돌보게 됩니다. 그렇게 명상하는 습관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여기에 108배라는 새로운 스킬을 배웁니다. 그리고 E.F.T 외에 세도나 메서드라는 단출한 방법도 알게 되었죠. 그리고 네빌 고다드의 몇 가지 책 속에서 '상상하지 말고 체험하라'는 개념이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사실상 그리고 지난 10년간은 삶이 파동을 친다고 해야 할까요?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었다는 게 맞을 겁니다. 처음엔 직장에서 흔히 있는 갈등, 그리고 조금씩 외부적인 문제, 회사의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거나, 급여가 밀리는 문제, 회사 자체의 폐업 등등, 오래 일하면 2년,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삶의 근간인 직장이 안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세컨드 임팩트가 찾아온 4월 이전까지 다녔던 회사에서는 '이사' 승진 이야기가 나올 만큼 인정을 받으며 가장 먼 외지에서 일을 했었지만 1년 반 이상 근무하다가 회사에 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균 근무 연수가 3개월인 회사에서 1년 반을 버텼으면 오래 견딘 것이죠.
제 입사 이후에 적게는 1주일, 많게는 1년을 같이 하질 못했습니다. 제 직속으로 오는 상무, 전무, 이사 분들도 그랬었죠. 그들을 대신해서 공장장 역할을 대행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 결국 고임금 중간 관리자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줄여야 할 비용으로 여겨지니 말입니다.
지난 10년, 잘 자리를 잡기도 했고, 실업급여를 2번이나 타야 할 일들도 겪었죠. 때로는 그냥 백수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1달 반 일하고 인정을 받아 다음 프로젝트 같이하자는 어느 부사장님 손을 거절하기도 했죠. 너무 집이랑 멀었거든요. 보일러 공으로 일하기도 했고, 전혀 새로운 제조업종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갑니다. 중소기업은 쉽게 문을 닫고, 이름을 바꾸고 사람을 잘라냅니다. 정년이라는 단어, 여러 가지 혜택들을 우리나라에서 누리고 살아가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남한테 빚지지 않고, 어려우면 허리띠 졸라매고, 여유 있을 땐 저축하며 살아왔던 겁니다.
그리고 그런 속에 한 가지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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