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마음공부

당신은 기도를 하시는 건가요? 기복을 하시는 건가요?

리뷰파파 리파 2024. 10. 13. 15:24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에피소드를 즐겨 듣습니다. 카~ 항상 느끼지만 이분의 통찰은 정말이지 뭐랄까. 무릎을 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반면 저의 아내는 이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매번 뻔한 답변 때문이랍니다.

한번씩 모아 듣는 저의 스터디 리슨 투더 레슨 '즉문즉설' / 출처 : podbbang

 

솔직히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진리란 가장 쉬운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력을 계산하려면 단순하게 학창 시절 배운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이겁니다

모든 것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1. 여러분, 절이나 교회가서 기도하면서 뭘 비시나요?

법륜스님은 바로 정답을 이야기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답을 듣기 전에 각자가 한번 종교가 있으신 분, 혹은 무교라고 해도 새해 해돋이나, 대보름 달집 태우기, 어쩌다가 들리는 절에서, 혹은 산을 오르다가 쌓아 올린 돌탑에 돌 하나 올리시면서.. 무엇을 빌으셨나요?

 

거창한 거 없이, 우리가족 무탈하고, 하는 일 잘 되고 (기타 둥둥, 좌좌 좡~) 마무리는 올해도 건강하게 해 주세요~. 뭐 대충 이런 레퍼토리지 않으신가요? 거기에 사업하시는 분은 사업번창, 몸 아프신 분은 치료를 염원하죠. 고3 부모라면 자녀의 입학 등등.

법륜스님은 이걸 '기복'이라고 말하십니다.

여러분들 절이나 교회가서 비는 것들, 그거 전부 기복이지 않아요?

 

새삼,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도가 그런 거 아닌가요? 기복은 알겠습니다. 아.. 이 시점에서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기복'이 뭔데?라고 하실 수도 있기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 역시도 그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바가 아니며, 대충 어떤 한자를 썼다는 것도 알지만 정확히는 몰랐답니다.

 

2. 祈禱(기도)와 祈福(기복)

70년에서 80년대 생분들이면, 한문... 학교에서 배우셨죠? 하늘천 따지 하던 세대는 아니라도 한자는 우리나라 말에 필수죠. 사실 어느게 순 한국어고, 어느 게 한자인지 구분 못하는 거 상당합니다. 이것 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충분합니다. 다만 저의 지식이 딸려서~... pass

 

자~ 일단 기도부터 들어가겠습니다. 한자로 '빌 기', '빌 도' 입니다. 뭐 결국은 빌고 비는 거네요. 기복은 '복 복'자를 쓰고 있습니다. 즉 복을 비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괜히 스님에게 따져 묻고 싶어지지 않나요?

 

그냥 빌고 비는 건데 뭐가 다른데요?

 

이거 뭐 유명한 정치인의 어록인 '주어가 없다'도 아니고, 단지 목적어가 빠졌을 뿐입니다. 좀 코스모폴리탄적이며 글로벌 하게 표현해 볼까요? What!?

 

무엇을 비느냐, 기도는 솔직히 불명확해 보입니다. 반면 기복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비는 것이 '복(福)'이지 누구 잘못되라고 비는 거는 아니잖습니까?, 그건 '저주'라는 별도의 용어가 있죠. 그럼 대체 뭘 빌어야 하는 거죠?

 

3. 기도라는 말의 어원

중국 후한 시대에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책에 이 말의 기원이 나옵니다. 책 이름 자체가 문자를 설명하고 글자를 해석한다는 것이죠. (허긴, 한자는 그런 게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후, 어렵습니다. 어려워)

 

잠시 샛길로 빠진 이야기 하나 드린다면, 읽을 줄 아는 한자는 그래도 좀 되는데, 너무 단순한 한자조차도 쓸려고 하면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이건 마치 사람과 고양이를 구별할 줄은 아는데, 그림은 졸라맨처럼 잣대기가 되어버린다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두뇌 훈련도 할 겸 새롭게 한자 공부를 했었는데, 정말 놀랍도록 역시 쓰기는 잘 안 외워집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10대나 20대가 계시다면.. 공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머리가 굳어진다는 게 뭔지 확실하게 느낍니다.

 

본론으로~ 샤라락! 돌아와서~

그리고 한자가 더 잘 보이게

폰트 좀 키우겠습니다.

 

'빌 기'인 祈와 '빌 도'인 禱에는 모두 왼쪽의 부수에 示 (보일 시) 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는 斤(도끼 근) 자가 합쳐졌고, 도는 壽(목숨 수) 자가 합쳐져서 기도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福은.. 그냥 넘어가죠. 대충 봐도 밭 전(田)에 입 구(口)가 들어가는 농경사회에 밭이랑 일하는 입들이 많이 보이면 그거 이상 부자이니 그만한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 여기서 '기'자 사이에는 과거에는 양 양(羊) 자가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과거 고대 시절의 제사풍습입니다. 성경에 특히 많이 나오죠. 양을 제물로 바치는 것. 중국도 그랬나 봅니다. 그럼 '기'자는 종교라는 관점을 빼버리면 그냥 순화되게 말하면 '도축'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도살'현장을 보는 것이 '기'자의 의미입니다.

양을 제물로 바치는 문화 출처: 구글 검색 화면 캡쳐

 

등골이 갑자기 오싹 해지지 않나요? '도'자에는 왠지 사람 인(人)이 빠진 거 아닐까요? 인신공양 같은!!!!!!. 자~ 여기서 심호흡 한번 하고.. 습~~~~~~후~~~~~~~~~~~~~~~.

 

목숨이라는 것이 꼭 인간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원적으로 기도는 고대 제사의식에서 왔으며, 굳이 이 두 글자가 합쳐진 것은 '제물인 나의 양과 나의 목숨을 바칠 만큼 간절히 바라는 행위'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글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적어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하신 법륜 스님을 찾아뵈야겠지만, 아쉽게도 제가 감히 그런 인플로언서이시자 '정토불교'라는 독자적인 계파를 창시하신 불교계의 고승을 어찌 쉽게 만나겠습니까? 그러나 묻지 않아도 고개를 숙여 뜻을 이해하였습니다.

 

4.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 빌 클린턴 -

이 한마디로 보수당을 무너트리고 촌동네의 한 남자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죠. 물론 아직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서도 표현 못하던 성적 도덕성에 상처를 입는 추문으로 '바보'가 되었지만요. 잠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존경을 표합니다. 그 와중에도 영부인이 아닌 대통령이 될 뻔 한 그녀에게

클린턴 부부 (좌: 성추문으로 하원 탄액안이 통과 되던날 98년 12월 21일, 우 : 그럼에도 여전한 두 부부) 출처 : 경향신문(좌), 연합신문(우)

 

비결은 뭘까요? 인내심?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나의 길을 가련다? 아니면 그 수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말하는 용서? 갑자기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MSG일 뿐입니다.

문제는 누구(WHO)를 위한 기도냐는 것

 

여기에 '우리'라는 단어를 등장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가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을 전혀 모릅니다. 아마 선생님도 저를 잘 모르시겠죠? 아닌가요? ㅎㅎ

 

그래도 우리는 우리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요? 그런데, 평소에 사용되는 '우리'의 의미는 무척이나 광범위할 수도 있고, 특정 조직이나 혹은 그냥 너와 나로 좁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약간 까슬까슬한 느낌 받으시지 않나요?

 

지금 우리 애한테 뭐라고 하신 거예요?
(인사동 A 아파트 1801호 아줌마의 외침)

 

우리는 개인을 묶는 합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내편과 내편이 아닌 것을 나누는 경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군대 용어를 써볼까요? 彼我(피아).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전략과 전술이 아닙니다. 피아식별이죠.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도 못하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피아식별을 위해 파란색 테입을 감아주는 우크라이나 군인 (출처 : 나무위키, 피아식별)

 

법륜 스님의 기도와 기복은 바로 그 피아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죠. 종교라는 것은 '신'을 믿는 행위입니다. '신'은 모든 것을 창조하고 관장하시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실존과 가상의 논쟁은 피하겠습니다. 저는 그 모두를 '우리'라고 생각한답니다. ㅎㅎㅎㅎㅎㅎ. 잠시 저의 넓은 도량에 감복할 시간 드리겠습니다. ~

 

농담이고요. 솔직히 저런 논쟁은 지긋지긋합니다. 그냥 각자의 믿음에 맡기는 게 좋겠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믿음'은 어느 쪽이든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 저의 숨겨진 의도입니다.

 

일단은 종교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게 맞겠죠? 법륜 스님이시잖아요. '무교'시더라도 좀 이해를 바랍니다. 아! '기독교와 기타 다른 종교분들'에게도 양해를 바라겠습니다.

 

근데 참 모순적이지 않나요? 왜 우리는 '신'을 믿으면서도 '신'의 창조물인 다른 종교, 타인, 심지어 이 지구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 거죠? '신'의 능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 거죠? 마치 '우리'를 규정하는 것과 같지 않나요?

 

결국 정의 내리기 힘든 하나의 '개념'이죠. 법륜스님의 '신'은 세상만물이 결국 모두 부처다라고 정의를 내려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기에 그분이 말씀하는 '기도'란 신에게 드리는 것이며, 그러기에 세상 만물을 관장하는 대상과 그 대상이 아끼고 사랑하는 또 다른 대상에 대한 '신+전 지구 = 우리'라는 공식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기복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작게는 나를 위한 것이며, 나의 가족, 나의 지인의 정도가 '우리'인 것이죠.

 

 5. 저의 기도는 祈道입니다.

저 역시 기도보다는 기복을 하는 작은 사람입니다. 깨달음은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아직 그 정도의 체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해는 됩니다. 이 차이를 아마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길이 보이길 빌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단지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조금 더 빠르고 편할까에 대한 기복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바라보며, 우리라는 것의 범위가 조금씩 넓혀져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보다 다른 생물에 대한 관용이 더 쉬웠습니다. 저는 벌레를 함부로 죽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피를 빠는 모기마저 살려두는 거룩한 존재는 더더욱 아닙니다.

방역하는 사람 (출처 : 머니투데이)

 

단지 그 죽음에 미안함을 가집니다.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으나, '나'라는 구분이 없다면, 모기에게 그 얼마 되지 않는 피를 내어주는 것이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 음식물 쓰레기에 벌레가 꼬이는 것 역시 전혀 거슬릴 것 없죠.

 

매일 한 번은 '반야심경'을 외웁니다. 그 속에 이런 구절이 있죠. 굳이 한자로 적진 않겠습니다. 먼저 뜻을 말한다면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불구부정

 

제가 처음에 '진리란 가장 단순한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날 종교가 과거와 같은 힘을 갖지 못하고 점점 신도들이 줄어들어간다고 합니다. 제가 모든 종교를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독교는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하였고, 불교는 '나라는 집착을 버려라'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톨릭 신자입니다. 저는 그다지 이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저 역시 카톨릭 신자로써 열심히 살아가던 시절, 지옥 같은 고통에서 평화로운 자리로 돌아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이가 불경을 외우는 저에게 '가톨릭 신자 맞지?' 라고 도데체 너의 정체가 뭐냐는 식으로 묻더군요. 저는 부처 또한 제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카톨릭 교리 교육에서 저의 영적 스승인 '권 수녀'님에게 들었던 단순한 진리

 

가족과 멀어지게 하고, 자기를 돌보지 않게 하는
그런 것들 외, 모든 것이 종교입니다
그저 문화와 형식이 다르고
이름이 다를 뿐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길을 걷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저는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습니다. 더 편하고, 더 쉬운 길을 갔으면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이 과정이 어쩌면 그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기도를 드립니다. 한 걸음 내디딜 그 길만 보여주시길.

출처 : 미드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