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처음 읽으신다면 PART1부터 차례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별도로 읽으시면 이해에 어려움이 있으실 수 있으므로 재미를 보장드리기 어려운 바입니다.
3. 처절했던 2024년 중반기, 그동안의 사정 - 2
정신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처음 정신과를 찾았던 2007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고 있죠. 이제 우울증이라는 것은 과거처럼 '미친'이 아닌 '마음의 감기'라는 순화된 표현을 씁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긍정적 인식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저의 지인도 가끔 심한 심리적 고통이 육체적으로 찾아오기에, 여러 번 정신과에 가서 약 처방을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이나, 기타 여러 불이익을 걱정하여 지금도 그저 홀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견딜만 하니깐 견디는 겁니다. 전 그렇게 밖에 말씀을 못 드리는 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은 것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세상을 등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만큼 무서운 병이기도 한 것이죠.
그럼 문제를 인식했던 4월부터 왜 저는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1년 반 이상 약을 먹었지만 전혀 좋아지지 않은 과거 경험이 있어서입니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서는 강박이 덜해지기도 하고, 수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훨씬 그에 못 미치는 급여와 열악한 대접의 일 밖에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그 당시는 그런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저에겐 큰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2주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약을 먹었으나, 막노동을 시작하던 날부터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으나, 먹지 않으나 같았거든요. 그리고 오히려 육체노동을 하고, 책을 보고, 저 나름의 여러 가지 방법들로 치유가 되었고, 그 오랜 고통에서 벗어납니다.
운동, EFT, 그리고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기. - 물론 이 역시 처절한 눈물과 아픔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바로 그 해 건강을 회복하고, 마침 본래 경력을 가진 업종에 복귀할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이런 제가 정신과 약에 대한 믿음이 있었겠습니까? 이후로도 한 번씩 스트레스가 심하게 몰려와서 울증이 야금야금 올라오려고 하면 108배와 감사하기, EFT로 1,2주 정도면 회복을 했었습니다.
단지 한가지 제가 아쉬워하는 것은,
조금 더 이것이 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초기에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어떠했을까?
하지만 너무나 무지했습니다. 당시 제가 겪는 문제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회사는 존패의 위기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상태였죠. 결국 회사는 원청사에 흡수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소위 모든 '권한'을 준다는 당시 본사의 든든한 인맥의 제안을 거부하고, 새로운 경험을 선택합니다.
회사를 옮기고 강박은 없었습니다. 역시, 원인은 그 회사에서 겪은 스트레스 때문이었구나. 그런데... 어느 날 3일 정도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 겁니다. 피곤은 한데 잘 수 없는 상태. 그래서 수면제를 좀 사달라고 아내에게 부탁을 했었죠.
제가 고등학교 때 약국에서 수면제를 그냥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방전이 필요했고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무슨 설문을 작성 작성했더니 "중증 우울증"이라고 진단 하시더군요. 놀랬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빨리 친해졌고, 쾌활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렇게 약을 처음 먹고으니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잘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얼마지 않아 더 큰 신설 업체에 스카우트를 받고 더 높은 직함에, 이전처럼 하청업체가 아닌 대기업의 1차 협력사로 스카우트가 되었죠.
그러나, 그 만큼 신경 써야 할 일도,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더구나 당시 그쪽 분야에 처음 진출을 하는 것인지라 거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었죠. 설계, 생산기술, 전략구성, 사내 협력사 평가, 대기업과의 협상, 그리고 신입들에 대한 교육까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해야 할 일들이 점점 늘어나자, 식욕에 문제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잤지만,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약은 꾸준히 먹고 있던 상황입니다.
그런 식으로 또 1년 반 이상을 지내면서 점점, 점점, 점점.... 경험해 보지 못한 권력의 충돌에 휘말리기도 하고,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여러 일들을 경험해 가면서... 다시금 신체적, 정신적 문제글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의욕도, 자존감도, 기억력도 상실되어 가는 경험. 그저 담배나 피며,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라는 의심을 스스로 하게 되었으며,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라는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이 일에 대한 비전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죠.
결국 무지가 병을 키운 뒤에는 이미 손쓸 수 없는 단계를 건넜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 그걸 또 다시 똑같이 재현하는 기분으로 병원을 찾게 된 겁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누가 그러더라
- 친한 후배 -
약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어떡하든 회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그만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가 2,000만 원 이상 생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냥 뭐라도 할 수 있는 건 해야 했던 거죠.
의사 선생님에게 증상을 설명드리고, 지난 과정과 자살 충동이 크게 온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링거를 맞히고 침대에 누워 조금 쉬게 하시더군요. 그리고 처방을 받고 주말을 보낸 뒤 회사로 출근을 했었습니다. 괜찮아진 듯했죠.
그러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공황이 찾아왔습니다. 정말 미칠 것 같은 감정의 요동, 한 곳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미친 듯이 다녔습니다.(실제로 제가 미쳤다 생각이 들 만큼)
또 가까운 선착장에서 물살이 치는 바다를 보며 그냥 여기 빠지면 끝난다는 머릿속 생각이 저를 휘저었습니다.
아, 안 되겠구나.
그렇게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죠. 상무님, 이사님, 공장장님 모두가 업무 부담을 줄여줄 테니 다시 생각하고 하셨으나, 당시 저는 이대로 있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언제부터 삶에 그다지 미련도 없었습니다. 그저 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 만이 제 유일한 존재가치일 뿐.
하지만 남겨진 이들을 생각하면, 어떡하든 버텨야 한다는 생각.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누워서 병시중받는 사람에 비하면 나은 거라 생각하자.
당시 제가 정말 괴로웠던 것은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눈물 하나 나지 않고, 감정이 메마른 듯 어떤 표현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침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배고픔. ㅎㅎㅎㅎㅎ
집에 와 밥을 먹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다들 그리 사는 데, 왜 난 못 버텼을까, 왜 병신 같이 도망친 걸까. 그리고... 돈을 벌어도 시원찮은 판국에 그 한 번의 선택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만 입고, 그 업계에서는 또 얼마나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그만두는 이유를 변명하지 않고 솔직히 현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나가 뒤져라 이 병신아!!!
그리고,
도대체 왜! 인생이 이런 건데!!!!!! 왜???
두 번째 병원을 찾은 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군요. 사람들이 많은데도.. 엉엉 까진 아니지만 울었습니다. 그토록 울고 싶었던 마음이 그제야 반응이라도 하듯이.
의사 선생님에게 사직을 말씀드렸더니, "그냥 다니시지" 하며 뭔가 안타까운 말씀을 건네시더군요.
4. 움직이면 쏜다!!! 꼼짝 마!!!
이게 불과 몇 달 전 상황이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용서가 안되더군요. 그리고 마치 놀랍게도 에어컨이 고장 나고, 아이의 핸드폰이 고장 나고, 아내의 폰이 고장나고, 자동차 문이 고장 나고... 와~ 이거 뭐 아주 죽어 뒤지라고 등을 미는구나. 정말 하나도 뭐가 제대로 되는 게 없었습니다. 거이게 이전 회사에서 국민연금을 체납했다고 경고장 날아오고, 정말 손대는 것마다 꽝!. 꽝!
그럼 안되지만, 회사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사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기에, 제가 신고를 하면 벌금을 물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그 회사는 원칙적으로 처리했고, 저도 그에 상응하는 원칙대로 신고까지 하려고 양식을 받아 작성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만두기로 했죠.
어쩌면 이 모든 것도 지난날 내가 쏘아 올린 업장의 결과일지 모른다. 그냥 좋게 넘어가자. 솔직히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지 않냐. 아내의 만류와 이런저런 생각들에 담당자분에게 걱정 말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미안하다고 답이 오더군요.
하지만 불행은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뭐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보다가 그게 또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경제적인 피해와 인간관계에 대한 대미지까지 입게 되었죠.
저희 부부가 내린 결론은 2024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 움직이면 죽는다. 그냥 가만히 있자! 뭘 해도 안된다!
5. 좀 쉬어도 돼
처음 집으로 돌아온 날, 눈물 젖은 밥을 먹고 그냥 누웠습니다. 쉬자, 다 필요 없다. 그냥 쉬자. 돈 벌려고도 말고 그냥 쉬자. 그럼 그렇게 원하던 죽음이 오겠지. 밥 굶어 죽든, 어찌 죽든 그냥 쉬자. 그러면서 누웠습니다.
아내는 저녁때 무심히 밥 먹으라며 저녁을 차려주었고, 아무것도 하려 말고 그냥 재밌는 거 보고, 신나는 거 보고, 저 좋은 거만 보라더군요.
저의 유튜브 알고니즘에는 온갖 마음공부와 관련된 영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저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노력의 찌꺼기였습니다.
뭘 어떻게 시작한 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만히~ 드라마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간추려보기, 다시 보기 등등 보았던 드라마도 또 보고, 안 봤던 것도 보고, 봤었는데 기억 안 나는 것도 보고
그렇게 마치 사람이 아닌 듯 더운 날씨에 찬물로 샤워하고 닦지도 않은 몸에 팬티만 걸친 체 선풍기 앞에서 열을 식히며 유튜브에 빠져 지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올라오면 또다시 '그냥 쉬어!, 쉬어도 돼. 죽기밖에 더하겠어. 쉬어!"
아내, 아이들,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조차 '이 역시 그들의 운명이다. 그러니 그들의 운명은 그들에게 맡기자', 어찌 보면 무책임하지만, 저에겐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했습니다.
어떤 정신과 선생님이 유튜브가 많은 사람들 목숨을 살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그분의 말이 스치더군요. 그렇게 있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게 지겹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제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죠? ㅎㅎ 다음 시간부터는 분위기가 좀 달라질 겁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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