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draft

241130 일 0843 행복한 새벽, 고요함이라 (with NEXT 1)

리뷰파파 리파 2024. 11. 30. 09:56

자 오늘은 위에 동영상을 들으면서 글을 읽어보실까요?

 

무한궤도, 아니 신해철 형님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와 '인형의 기사'를 들으며 글을 적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고등학교 시절, 집에 있던 XT 8088 컴퓨터 (대한민국 교육부가 지정한 16비트 교육용 컴퓨터)에서 작동도 되지 않던, 그 게임 원본을 사서, 패키지에 들어 있던 매뉴얼 속에 그려진 프린세스의 일러스트를 보며 들었던 '인형의 기사'는 너~~ 무~~ 궁합이 맞았더랬죠.

 

출처 : 나무위키

 

놀랍게도 이 프린세스 메이커는 일반인들에게는 '에반게리온'의 제작사로 알려진 '가이낙스'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1991년이니, 아직 에반게리온이 나오기 훨씬 전이죠.

 

묘하게 N.EX.T 1집과 출시 시기도 유사했습니다. 92년 N.EX.T 1집 HOME이 나오던 시기, 프린세스 메이커 역시 국내에 '만트라'라는 회사에서 무려 한글화로 정식 발매를 했었죠.

 

이 묘한 인연이,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인식하게 만들어준 촉매 역할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전 그 이전 '신해철'이라는 인물에 대해 싫어한다에 훨씬 가까웠거든요.

 

다른 이유 없습니다. 노래는 좋아했지만, 가수까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거기에 해철형님의 기존 이미지는 뭐랄까, 그냥 느끼했습니다. 가끔 어쩌다 우연히 잡지 같은 것에서 본 그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기타를 들고 있으며, 한껏 머리에는 파자마 기름을 바른.... 풍각쟁이 같았다고 할까요? (더구나 마약 이슈도 있었죠)

이 형님, 솔직히 이 때 좀, 느끼했습니다. (출처 : 나무위키)

그래서 무한궤도가 뭔지도 몰랐고, 신해철이 1,2집의 솔로곡을 내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당시 제가 아는 건 그가 재즈카페를 불렀다는 것 정도. 그 외에는 딱히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즐길 수 없는 프린세스 메이커의 매뉴얼을 보며, 인형의 기사를 들으니 마치 게임을 즐기는 느낌이었죠. 하지도 못하는 게임을 왜 샀냐고요? 그러게요. 모르겠습니다. 미쳤나 보죠. ㅎㅎ

 

그렇게 듣게 되다 보니. 1집 A면은 거의 무한 반복 (B면도 좋지만, A면이 워낙 강렬하여) 수준으로 들었죠. 인형의 기사 part1의 신시사이저 충만한 인트로, part2의 발라드, 그리고 도시인, Turn off the T.V, 외로움의 거리까지. 

 

지금은 Turn off the Smart Phone인가요? 그 음악적인 훌륭함과 가사의 심미적인 부분까지. 뒤늦게 이 형님의 마성의 능력에 빠져버린 거였죠.

 

혹은 제가 비로소 그런 수준까지 성장했을 수도 있고요. 미개하던 시절에서 눈을 떠버린 걸까요? ㅎㅎ. 사실 전 넥스트 1집을 사진 못했습니다. 친구가 산 것을 빌려서 들었고, 언젠가 테이프를 정리할때, 미쳤어!!!. 나 줘!! 해가지고, 지금도 1집 테입을 가지고 있답니다.

 

정말 오랜만에 넥스트 1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글을 적으면서 듣고 있습니다. (사진 찾아서 붙이고, 이래저래 했더니 벌써 마지막 곡 '영원히'가 나오네요.- 컴퓨터가 느린 이유도 있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이 곡에서 나오는 빨간 기타를 사던 날의 설레임처럼 저도 7년도 전에 샀던 빨간 우쿨렐레를 버리지 못하고 있네요. 우쿨렐레 치시던 분들이 좀 좋은 거 사라지만, 3만 원에, 이제는 음을 조율하는 돌림쇠도 하나가 깨졌지만, 뺀치로 돌려가며 쓰는 중이죠.

 

적다 보니 1시간 넘게 제목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버렸네요. ㅎㅎ, draft는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을 뿐입니다. 좋네요. 이런 시간이.

 

어젠 엄청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약을 먹지 않는 금요일. 항상 12시나 1시가 다 되어서 잠이 들었지만, 11시 11분에 기절잠이 들었더라고요. 그것도 점퍼를 입은 체, 괴담 유튜브를 보다가 말이죠. 4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 평소 루틴과 다르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보통의 가족, 그리고 아깝게 놓친 '페이스 미'까지 그러다 보니 벌써 7시가 가까워지기에, 도서관이나 갈까 하며 일어나 마리아 상에 기도하고, 아침으로 단백질 파우더 20g, 고구마 1개 챙기고, 커피하나 타서 텀블러에 넣고 자전거에 몸을 실었습니다.

 

참, 좋더군요. 이미 날은 조금씩 밝아오고, 차가운 공기에 한쪽에는 커피를 들고 조금씩 먹으며, 고구마 한 움큼 입에 넣고 즐기는 맛이란 달콤 쌉쌀하다고 해야 할까요.

 

행복하다. 그리고 참 고요하다. 아침이 주는 상쾌함과 분주함. 행복은 상태이지 조건이 아니라는 그 말처럼, 그저 지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현존이죠.

 

 

 

세월이 흘러가도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반응형

 

'디지털 노마드 > draf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1203 화 0849. 휴식  (3) 2024.12.03
241201 일 0646 징기스칸  (2) 2024.12.01
241129 금 0917. 푸른 하늘  (3) 2024.11.29
241128 목 0709 현타. 퍽!  (2) 2024.11.28
241127 수 0729 야구소녀  (1) 202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