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도서관이 쉬는 날이었습니다. 한 달에 하루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모든 것을 놓고 푹 쉬어보았습니다. 잠도 자고, 책도 보고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도 다 보고), 또 유튜브로 이런저런 것 보면서 시간을 보냈네요.
밀려두었던 영화 장손도 보았는데, 심심하니 연기들은 너무나 좋으신데 크게 뭐 와닿는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렇게 하루 온전히 팍 쉬어주었더니, 그동안 조금씩 쌓였던 어떤 피로감이 싹 날아간 느낌입니다. 한달에 그렇게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느낌으로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네요.
최근에는 뭔가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오면 그냥 받지를 않습니다. 인생사 뭐 그리 중요하다고, 전화가 오겠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일을 마치고, 급해 보이지 않는 것은 다음날 연락을 취합니다.
친한 지인이 미래에 대한 걱정때문에 자살 마렵다는 이야기에 해 줄 수 있는 건 그냥 들어주는 것, 사실 그게 해 줄 수 있는 답의 전부입니다. 법륜 스님 책에 나온 것처럼 사람은 모두 자기의 아상에 사로잡혀 있고, 이것을 깨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가로젓는 사람은 말 자체에 대해서 긍정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같으면 끄덕이고, 다르면 가로젓는 것이다. 맞습니다. 결국은 자기가 기준인 것이죠.
답은 언제나 자기가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조언이란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저는 또 그런 상황에 타인에게 많은 말을 하려고 하는 제 아상을 봅니다. 아는 것도 많이 없으면서 말이죠.
말은 아끼고, 귀는 더욱 열고 그럴 뿐입니다. 그저 내일에 대해 너무 걱정치 말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건넵니다. 지금의 내가 무슨 계획이나 대책이 있어보여서 이토록 맘 편히 살고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죠.
그냥, 나 자신에 대해서도 흘러가는데로 일어나는 데로 둘 뿐이며, 내 가족들 역시도 내가 어떻게 뭘 해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들에게 닥칠 일들 또한 그들의 운명이나 조건이니, 그뿐.
거기에 나름 할 일을 하고, 대비할 수 있는 건 대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온전히 신에게 맡깁니다. 누구에게 탓할 것도 없으며, 무엇이 좋다 나쁘다 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놓은 것을 조금 풀어놓으니 하루가 감사한 것이죠.
하루 쉰다고 뭐 대수일까, 그런 휴식이 과거에는 리듬을 깨트리곤 했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더라고요. 조금씩 변화도 줘가며 제게 맞는 옷을 입어봅니다. 12월이니 이제 겨울에 들었네요. 날씨가 어젠 더웠습니다. 새삼 지구 온난화가 참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지구에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고 문제 될 거 있겠습니까? 주어진 데로 존재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그린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보면서 5권, 6권.. 이야기가 3/4가 흘렀는데도 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그 넓은 몽고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허점투성이며 부족함도 많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칭기즈칸이 딱 하나, 그 진짜스러운 시절, 개고생 하던 시절, 나름 잘 나가다고 꼬구라지던 시절에도 한 가지 잊지 않고 초지일관 가지고 있던 것은 '자신이 언젠가 통일 몽골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과, 이 모든 것이 그 과정이라는 마음' 그렇기에 그 모든 걸 이겨내고 결국 대몽골 제국을 건설하게 되는 모습.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두려울 것이 뭐 있겠습니까. 지금의 저에게 참 도움 되는 책이었습니다.
오늘도, 이 초원에 말발굽 자국하나를 찍어가며 나아가는 것, 그게 노마드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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