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편에 이어 무도실무관의 영화평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이전 편을 먼저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두 무릎을 꿇고 싹싹 빌겠사오나, 뭐 좋습니다!. 우짜피 이리된 거, 고마 쎄리 마 갑시다!.
4. 루저? NO, 새로운 희망의 세대
'히키코모리','오타쿠'.. 이 2개의 단어는 일본어입니다.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은 '도쿄'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단편으로 기억하는데 사회와 단절된 '히키코모리'에 대한 이야기였죠. 사실 그의 단독 작품이 아닌 몇 명의 감독이 옴니버스 식으로 만든 영화죠. (보진 못했습니다.)
오타쿠는 우리나라로 건너와 오덕후(俉德厚)라는 단어로 바뀌어 불렸습니다. 참 한국사람들 기발합니다. 맞이할 오, 덕 덕, 두터울 후, 이렇게 오덕후입니다. 말하자면 '덕을 두텁게 맞이하라'는 것이죠. 사실상 오타쿠란 말은 비주류문화(흔히 서브컬처라 불리는)인 '애니메이션'에 빠진 이들을 비하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오덕후라는 그럴싸한 이름은 한때는 '오덕'과 '덕후'라는 부정과 긍정의 2개의 이미지로 분리가 되더니 이제는 열혈 팬의 '덕질', 혹은 전문적 메니아라는 의미로 '덕후'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예상컨데 그 어원조차 모른 체 쓰는 이들도 상당하리라 추정합니다)
그러나 이 두개의 단어는 결코 무관하지 않은 비주류, Out sider라는 의미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내면에는 기득권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선진국이 된 일본과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결코 무관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시간의 격차를 두고 일어난 문화현상이기도 합니다.
무도실무관의 이정도와 그의 친구들은 결코 히키코모리도 오타쿠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각자 나름 '덕후'의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이정도는 '운동' 덕후입니다. 자신감도 넘치죠. 그는 스스로 항상 이긴다고 말합니다.
'작가'라는 별명의 강주석은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청년이며 때문에 여러가지 조사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퉁퉁한 외모(이 분은 누가 봐도 딱 오타쿠의 느낌)의 안정호는 별명이 '습기'입니다. 코에 땀이 많이 차서 그렇게 불리죠. 컴퓨터에도 능하고 무엇보다 드론 조정을 잘합니다. 그리고 김차현은 별명이 지렁이입니다. 워낙 화를 안내서 밟아야만 꿈틀댄다고 지어진 이름이죠.(편의상 앞으로 별명으로 이 친구들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극 중에서 이 친구들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친구입니다. 직업이 있어보이지도 않으며, 무언가 사회와의 접촉면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단체화된 히키코모리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습기 같은 친구에게서 덕후가 가진 마니아적 지식, 작가는 덕후와 히키코모리의 중간적인 캘릭터이며, 지렁이는 그냥 히키코모리의 느낌입니다.
물론 여기에 히키코모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르시는 분을 위해 뒤 늦은 설명을 한다면, 히키코모리는 철저하게 사회와 단절된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기원은 오타쿠의 연장선, 혹은 사회 진출의 실패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물들이란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은 청년이던 히키코모리가 중장년이 되어 문제화되는 기사들도 쉽게 찾을 수 있죠.
삼포세대, 오포세대... 지금은 뭐라고 부르나요? 아무튼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이들로 보이는 4명의 친구들, 딱히 취업에 성공을 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특별한 직업을 준비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금수저들도 아니며, 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4명이서 만나면 게임하고 술이나 마시는 골치덩어리 같아 보이지만, 주인공 이정도는 무척이나 활기 있으며, 그의 아버지도 꼰대 같은 잔소리 같은 거 전혀~ 없습니다.
주인공 이정도의 관심은 오직 '재미있는 일'이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무도실무관 일을 임시로 맡았고, 그 과정에서 그에게는 어떤 내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가치'입니다. 보호관찰관 김선민과, 그의 친구들은 쌈을 먹는 의식을 통해 우정을 쌓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명의 영웅이 아닌(물론 특출 나지만), 이 모든 인물들이 영웅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현재는 치킨집을 하는 그의 아버지는 한 때 연극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정도는 아버지에게 가장 가슴 뛰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묻게 되죠. 관객과 한마음으로 소통하고 마음이 전해지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도는 더 이상 흥미가 아닌 의미 있는 일로 '무도 실무관'을 하게 됩니다.
노랑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장난스러운 얼굴보다 진지함이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동성착취물 범죄자와, '강호순'을 옮겨 온 듯한 '강기중'이란 인물은 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갈아 마셔버리고 싶을 만큼 '악'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 속 선, 악은 선명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덜 입체적이다라고 표현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시대에 필요한 것은 이런 속 시원한 선명성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결코 '범죄 도시'처럼 마동석만 나왔다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뻔 함과는 또 다른 현실적 위기들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 속 인물도, 영화를 보는 나 자신도 더 의지에 불타게 되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그리고 아무 의미 없을 것 같던 그들의 친구, 작가, 습기, 지렁이는 각자의 재능을 살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아무 짝에 쓸모없을 것 같던 그들의 여러 능력들이 실력을 발휘하죠. 어떻게 보면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사회라는 조직 속에 스며들지 못한 '루저'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결코 패배적인 모습에 찌들어 있지 않습니다. 각자의 우정을 나누며 즐겁게 살아갑니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죠. 우린 그들의 과거도, 고통도, 절망도 보지 못합니다. 그렇게이 영화를 보며 그들에게서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범죄자 앞에 두려워하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 공포에 움츠려드는 모습이 전부이죠.
보호관찰관 김선민은 역시 사고로 인해 성장판 문제로 다리를 절둑 거리는 장애인입니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결함을 드러내진 않지만,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생각하면... 사실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날은 모순적인 고민들이 존재합니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인구는 70억이 넘어 포화상태이며, A.I 를 걱정하면서도 신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어떻습니까?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 이게 어쩌면 대한민국의 정점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빛은 어둠이 되고, 어둠은 빛이 됩니다.
5. 새로운 시리즈 물의 탄생이길 기대하며
정말이지 2편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시리즈 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특히 주인공 정도가 크게 다친 몸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가지게 되면서 내 뱆는 대사. 왜 경찰이 있는데 네가 그렇게 나서냐는 너무나도 당연한 아빠의 만류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겠지, 그러니깐 나도 좀 열심히 하고 싶어
후회없게, 후회 없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나도
아. 정말 이 대사를 들으면서 뭐랄까.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과연 이런 마음이 있었던가 동시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정도는 "몰랐으면 상관없는데, 이제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라고 만류하는 아버지를 설득하죠
최종빌런 '강기중'은 아동 성폭력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합니다. 무술 고수 정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들에 봉착하죠. 이 영화 속의 액션은 뭐랄까.. 무술 고단자의 기술이 느껴지면서도, 실제 현장의 현실감 넘치는 싸움 같은 실제감이 느껴집니다.
주변의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고 범죄도시 마동석의 시원한 한방에 적은 결코 나가 떨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공격을 가해 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안타까움과 조마조마한 마음이 듭니다. (뻔히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 거란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거기엔 영웅 단 혼자가 아닌, 그저 무력해보이는 여러 명의 힘이 합해지며 시너지를 발휘 합니다. 저는 이런 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공권력 만으로 이 사회 속 범죄 속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영화 속이 범죄의 대상은 가장 나약한 여자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들도 나약합니다. 주인공 정도처럼 용기있고, 무술을 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혼자서는 그 수많은 범죄자와 대응할 만큼 슈퍼 히어로는 아닙니다.
보호관찰관 김선민은 부족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접근하며 설득하며 다가갑니다. 이정도 역시 그런 그에게 큰 감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오타쿠에 히키코모리 같은 그의 친구들은 각자가 가진 경험으로 막혀있던 부분들을 돌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와~,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가 각자 무관심에서 조금만 눈을 돌린다면, 모두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
어쩌다 드러내는 분노가 아닌, 공권력이 범죄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아닌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회이길 바라는 마음. 그저 모른체 개인의 안위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사회가 가져온 우리의 현실은 '개인에게 안전한가?'
판타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현실 가능한 판타지가 아닐까요? 모두가 조금의 힘을 보탠다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만 조금 다르게 한다면..
정말이지 이 영화의 프렌차이즈화를 기대해 봅니다. 너무 재미있었으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범죄 도시'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마동석의 핵주먹에 나가떨어지는 통쾌함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닮은 듯 전혀 다른 관점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꼭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5개 만점에 6개입니다.
그리고, 김우빈 배우, 다시 봤습니다. 양복입고 귀공자 같은 모습이 아닌... 이런 모습이 훨씬 더 그를 빛나게 한다는 사실!. 이렇게 2편에 걸친 무도실무관의 감상평을 마칩니다.
항상 긴 글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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