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와 간단한 평가
주인공 하수연(전도연 역)은 경찰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비리에 휘말렸고, 그건 특별하지 않은 다소 관행적인. 아무튼 특별한 이슈없이 오랜 경찰 생활 속에서 누군가의 뒤를 좀 봐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굳이 말하자면 주동자가 아닌 조연 같은
그러나 어느 날 큰 사건이 하나 터지고 그 조사과정에서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 쓰겠다는 조건, 그리고 출소후 7억짜리 아파트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감옥에 갖힙니다. 그리고 또다른 경찰이자 그 비리에 있어서 조금더 주동자에 가까운 경찰이자 하수연의 연인이기도 했던 임석용(이정제 역)은 그녀의 출소가 가까워오던 어느날 '리볼버' 총으로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출소한 날, 그녀를 처음 기다리고 있던 건, 검사하나였으며 약속했던 사람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검사는 말합니다. 당신 물먹었다고. 그러니 그 억울함 해소하려면 감췄던 진실을 말하라고 하죠. 그때 이쁜 차 한 대가 나타나며 정윤성, 일명 정마담(임지연 역)이 엄청 반갑게 그녀를 부릅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출소한 하수연(전도연)이 약속한 돈,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를 받아내는 과정을 아주 조용하면서도 짧지만 매우 현실적인 액션과 함께 그려낸 영화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다소 지루한 듯하면서도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영화 속 인물들, 특히 '황정미'는 등장하지도 않지만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인물입니다. 영화 속 캘릭터를 온전히 기억하지 않으면 정확히 어떤 인과관계로 인해 주인공 하수연이 감옥에 갔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 물론 그런 이해를 하지 않아도 영화의 핵심인 '약속한 돈을 받아내겠다'는 목표 아래, 연약한 여자 한 명이 다수의 적에게 맞서서 싸워가는 과정은 재밌으며 뭔가 모를 깊이감을 느끼게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일반인이 인물의 전체 이름을 외워가며 그 관계를 모두 기억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조금 밋밋한 액션물 같습니다. 평론가들은 초반의 이야기가 좀 지루하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전도연을 위한 영화다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네이버 평점 6.33 그리 높지 않은 점수죠. 그럼에도 정마담 (임지연)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게 평합니다.
저 역시 처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느낌은 그랬습니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이들 중에는 비난을 쏟아낼 수도 있을 법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OTT로 나온 지금이 더 괜찮은 게 아닐까. 왜냐면 그냥 한번 보고 '그냥 그렇게'라고 말하기엔 뭔가 이끌리는 여운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 집착, 욕심.. 다른 지만 같은 얼굴에 대한 이야기
자, 그럼 제가 이 영화 속에서 본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또 다른 핵심인 '인물' 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이야기 속에는 이름만 등장하는 핵심 인물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한 번 본 것만으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딱히 이해할 만큼 중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어떤 음모로 인해 전도연이 감옥에 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냥 죄를 다 뒤집어 쓴 여자 경찰이 돈 못을 받지 못해서 채권추심하러 다니는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만 쫓아가도 될 듯하면서도 이상한 장면들(굳이 그런 흐름에 필요해 보이지 않는)이 여럿 보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를 한번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어떤 잔상 같은.
그렇게 한 번 더 봐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OTT로 공개된 것이니 가능한 일이죠. 아마 영화관에서 저도 처음 접했더라면 그냥 연기는 좋았는데, 돈은 좀 아까운데라며 끝냈을지 모릅니다. 그. 래. 서. 이 별것 없는 영화 속에 '관계'를 이해하고 차라리 줄거리를 알고 보는 게 훨씬 이 영화 속 장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TIP이라는 역설입니다.
스토리를 다 안다고 해서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킬 부분도 없습니다. A4지 한 장이면 전체 이야기를 적는데 충분하며, 결론은 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흔히 풀어가는 클리셰를 벗어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또 뭐 그다지 임팩트를 가진 것도 아니기에 평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관계를 봐야만 이 영화 속의 핵심 주제인 집착과 욕심에 대한 미학이 느껴집니다. 이 과정에서 스포일러에 해당되는 것들이 나올 수 있으니, 이 점은 참고해주시고 계속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3. 리볼버, 회전하는 탄창 속 인간들
리볼버(revolver)는 '총'의 종류입니다. 영어로 '회전한다'라는 의미로 흔히 예전 권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죠. 영화 속에서 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교도소에서 하수영이 화들짝 놀라는 뉴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합니다. '경찰 임수영(이정재)이 자살한 체 발견되었다'
출소한 그녀는 약속을 지켰으나, 약속한 이는 나타나지 않고, 그것을 보증할 사람이자 연인은 죽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 속의 액션의 핵심은 '리볼버'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수연은 '삼단봉'으로 적들과 맞서 싸우죠. 일단 주인공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하수영 (전도연 역) - 전직 경찰 이자 주인공, 검도에 뛰어남
자기가 살 새 아파트(물론 떳떳지 못한 돈)에서 사진을 찍으며 고칠 곳을 표시하면서 즐거워하던 중, 애인인 임석용(이정재 분)과 누군가를 만난다. 마약 파티 수사 과정에서 하수영의 이름이 나왔고 만약 다른 이들의 죄까지 모두 뒤 짚어 써준다면 7억과 '이스턴 프라미스'라는 회사의 이사직을 제시받는다. 거절하면 언젠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과 함께.
이때 앤디(지창욱)를 만난다. 그 일을 무마하는 대가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 하수영은 그의 이름도 묻지 않고 애인인 임석용을 사실상 믿고, 자신이 살기로 한 아파트만 약속받는 조건으로 옥살이를 한다. 그러나 임석용의 자살 소식을 출소 전 듣고, 아니나 다를까 출소 당일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검사 한 명.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정마담..... 그런데... 누구?
정윤성, 속칭 정마담 (임지연 역) - 가식적이지만 쾌활한 성격, 모두의 스파이, 왠지 하수영을 좋아한다.
하수영 출소 날을 찾아온 또 한 명. 위스키를 선물하며 하수영을 차에 타라고 한다. 누구지? 하수영은 그녀에 대해 묻고 돌아오는 대답은 그리 선명하지 못하기에 중간에 세워 달라며 내린다.
사실 그녀는 죽은 임석영과 잘 알고 지낸 사이. 신동호의 말에 따르면 하수영이 감옥에 간 동안 임석용의 애인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실 신동호의 스파이다. 하수영을 찾아온 것도 그가 시켜서 이며, 그녀를 감시해서 보고 받으란 지시에 움직인다. 그녀의 전남편이 일으키는 사고 때문에 신동호에게 빚이 있다.
신동호(김준환 역) - 죽은 임석용의 부사수, 즉 경찰. 한때 하수영을 좋아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한 이력이 있다. 정마담을 시켜 하수영을 감시하게 한다. 정마담의 전남편의 사고를 봐주고, 이를 이용한다. 여기서 핵심은 9가지는 진실을 말하고 1가지는 속이라는 것이다. 정마담은 웃으면 '어떻게 임석용'이랑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말하냐고 한다. 임석용이 죽고 난 뒤, 그가 하던 역할을 대신해주는 비리경찰이죠.
앤디(지창욱 역) - 이스턴 프라미스의 이사.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진 알 수 없으나 하수경이 죄를 뒤집어썼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며, 하수경에게 아파트를 줄 것을 약속한 사람.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어렵게 찾아간 하수경을 자극하다가 그녀의 삼단봉에 다리뼈가 부러져서 휠체어 신세로 쭈욱 등장한다. 하수경에게 앤디가 어딨는지 알려준 정마담은 이렇게 말한다. "임석용이 앤디는 향수 뿌린 미친개라고 했어". 그 말 그대로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입니다. 마치 탄창에 총알을 하나, 하나씩 집어넣는 느낌입니다. 리볼버는 총을 제목으로 했지만 전혀 화려한 액션 없이 천천히 돌아가며 빌드 업을 해 나갑니다. 이 영화 속에 '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다들 범죄자 입니다. 다만 오직 한명 '하수경'만이 법을 통해 죗값을 치렀습니다.
임석용(이정제 역) - 하수경의 연인, 그러나 이들 역시도 불륜관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마담의 대사에서 "두 불륜녀들만 연결시켰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녀들의 불륜 상대인 임석용은 '리볼버'에 의해 죽음으로 죗값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총알이 아닌 탄알인 인물들을 채우는 '리볼버'가 되는 갈등을 설계해 두었습니다. 그는 이스턴 프라미스라는 회사를 봐주고 있었고, 추측건대 하수경도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리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 자, 리볼버라는 총을 준비해 둔 임석용, 그리고 그 총속에 탄창에 채워지는 총알들. 이영화의 전반부는 바로 이런 느낌입니다. 그러니 관객의 입장에서 지루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영웅본색처럼 15발짜리 총에서 200발이 넘는 총알이 발사되는 액션 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크실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이 글은 영화 '리볼버'를 보고 저 나름의 해석을 적은 글입니다. 부족해도 열심히 읽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에서 이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더 재미있게 영화를 보실 수 있을 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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