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 (+ MEDIA)

페이스미. 우리 안에 편견을 보여주는 작품

리뷰파파 리파 2024. 11. 22. 17:26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생겨버렸습니다. 성형외과라는 다소 상업적인 색깔이 짙은 의학분야에 범죄가 결부되는 묘한 언벨런스. 그러나 1,2화를 통해 뭔가 끌리는 매력을 느끼게 했고, 이제 4화로 초입이지만 여러 가지 감춰진 떡밥이라는 굵은 스토리 라인과, 매 회마다 해결되어 가는 작은 에피소드.

 

충분히 가벼우면서도 전체를 보게 만드는 앙고의 맛을 느끼게 하네요. 배우 이민기 씨가 성형외과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이분은 언제부턴가 다소 무겁고 무미건조한 캘릭터를 고수하시는 듯합니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 여주인공 역할을 하는 이민형 형사역의 한지현 씨는 낯선 얼굴입니다. 외모적으로 그다지 큰 특징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무난한 미인, 그런데 왠지 그 표정이나 반항적인 기질은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한예종' 출신의 정통파 연기 코스를 밟고 배우로서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신 이민형 형사 역할의 한지현 씨. 아직은 조금 과잉되고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녀만의 색깔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다소 똘기스런 역할도 어울리지 않을까. 아무튼 다소 독립영화에서 보여주는 어떤 연기톤이 현재로 많이 느껴집니다.

뭔가 독특한 캘릭터가 느껴지는 한지현 배우

 

 

'성형외과에 무슨 이런 범죄와 연루된 일들이 이렇게나 많아?' 싶다가도, 외적인 상처를 입은 사람에 대한 재건수술이란 부분은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거기다가 이민기가 겪은 약혹녀의 살해 경험, 그 내막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밀이죠.

 

이것이 이 드라마의 큰 축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청률이 아직은 2~3% 수준으로 그리 썩 높은 것 같진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잘 보고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염산테러와 관련된 에피소드 때문입니다.

 

FACE ME, 과연 무슨 뜻일까요?

아흥, 영어는 어려워서 그냥 번역기를 돌려보았답니다.

나와 마주하세요.

 

제목 속에  정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우리의 시선이 밖이 아닌 나와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떤 일들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것이 가장 쉬운 결정이며, 내 책임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접근이니까요. 그러나 우린 살면서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라는 철학적인 이야기들과 마주합니다. 일부도 아니며, 모든 것.

 

편견, 클리쉐. 염산테러를 당한 여자분은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인스타를 통해 스스로를 과시하는 타입의 여자였습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란 곳은 그렇게 자기 잘난 맛을 자랑하는 장소이죠. 물론 그들을 향한 동경의 시선도 있다면, 반대급부적인 감정도 존재합니다.

 

좀 더 솔직해 볼까요?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며 잘 나가고, 이쁜 여자가 염산테러를 당했을 때 가졌던 느낌은, 참 미묘하다고 할까.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망가짐을 통해 느껴지는 그 어떤 마음, 인간이 가진 악마적 속성.

 

거기에 연출자 혹은 작가는 그녀가 불륜녀라는 배경을 깔아서 그 마음속에 정당함을 부여해 줍니다. 그래.. 당신은 그렇게 당해도 싼 부분이 있어. 그렇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피해자에게 오히려 화살을 돌리고 있는 우리 대중들의 감정을 제 안에도 드러내게 만듭니다.

뭔가 어리숙해 보이는 가해자, 뭔가 당당해 보이는 피해자

겉으로는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뭔가 당해도 싸다는 무논리적인 감정이 느껴집니다. (여러 구성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유지하죠)

 

그런 감정의 도화선이 된 것은 초창기에 보여준 가해자의 어리숙하고 약자스러운 느낌과, 피해자의 당당하고 다 가진 듯한 느낌, 우리들은 흔히 가난한 사람은 착하고, 부자는 나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런 부분을 깊이 파고듭니다.

 

3,4화에 걸쳐 펼쳐지는 염산테러와 관련된 사건을 보며 짜여 있는 틀은 K-모델에 나가는 화려한 이와 대조적인 평범해 보이는 가해자의 모습에서 편견을 부추깁니다. 그렇게 자세한 내막을 모르면서 드러나는 장면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여자의 남자친구는 그녀의 내면의 상처가 아닌 얼굴의 상처를 걱정합니다.

 

결국 남자가 사랑한 건 아름다운 여자였지, 흉터를 가진 여자가 아니었던 것이죠. 남자에 대한 비난의 마음은 결국 그녀에게 투영됩니다. 그녀 역시 잘생긴 남자의 외모로 둘은 사랑을 했을 테고, 이제 그 실체가 드러났구나.

 

유유상종, 끼리끼리 놀았구나. 결국 내면을 보지 않고 외모만 쫓은 결과가 그런 것이지. 마치, 우리는 그러지 않는 것처럼 그럴싸한 정의로운 이야기들을 끼워 맞추며 상대방의 불행에 대한 합리화가 진행됩니다

 

다음으로는 소문이 등장합니다. 그녀가 회사 대표와 사귀어서 모델 대표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들, 그것을 공유하는 드라마 속의 인물들. 이는 마치 우리가 인터넷 뉴스의 단면만 보고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역으로 '응원해요', '힘내세요'와 같은 모습도 보여주죠. 기억하시나요? 201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의 주인공 '이영학',  그는 자기 딸의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했으며, 자신의 부인 역시 죽이는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도 아까운 인물이었죠.

 

그러나 그가 인터넷에서 보여준 모습만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천사 아빠'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후원을 하고, 이영학은 꽤 큰 액수의 금액을 취하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양면의 감정을 둘 다 관찰하다 보면 결국은 한 가지 공통된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타인이 주는 연출된 방식에 뒤쫓아 가는 손쉬운 결정을 하는 '인간'의 습성. 이건 어떻게 보면 우리가 민주주의의 주권자가 되기보다 '권력자'의 지배를 받게 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내가 나서서 하기보다, 누군가 해주길 바라는 마음. 어떤 상황을 한번 더 이해하려기보다 그저 주어진 데로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성.

 

이 드라마의 주된 소재자체가 어쩌면 그런 편견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성형외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음~, 저는 가짜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생명과는 상관없는 과시욕을 채워주는 의료행위.

 

그러나 재건수술은 범죄로 인해 외적인 상처를 입은 사람을 치유해 줌으로 인해 그의 마음을 치유하고, 어쩌면 생명을 구하는 행위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죠.

 

물론 현실이 다 그렇게 흘러가진 않는다고 해도, 단지 단편적인 정보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또 다른 이면을 느끼게 합니다. 최근에 발생한 의료대란도 어떻게 보면 바로 이러한 면이 가져온 나비효과라고 생각이 듭니다.

 

 

성형이라는 소재, 그 성형이 가지고 있는 편견, 그리고 이야기가 구성에서 그 수많은 편견들을 드러내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 그리고 마치 성형수술을 하듯 한 꺼풀씩 그 가려진 얼굴을 드러내면, 결국 거기엔 아름다움도 추함도 아닌 그저 인간이 있을 뿐입니다.

 

 

'페이스미'는  이야기가 가지는 서사도 있지만, 연출을 통해 이러한 우리의 편견과 마주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여러모로 좋은 드라마가 한편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2024년 11월 6일부터 매주 10시, KBS 수목드라마로 방영되며 12부작입니다.

 

반야심경에 있는 불구부정,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반응형

 

◇ 사진의 출처는 나무위키와 네이버 관련 드라마 소개에서 가져왔음을 출처를 밝힙니다.